동양시멘트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부행장 등 임직원들이 3년여에 걸쳐 동양시멘트 사외이사를 겸직해 온 사실이 확인돼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동양그룹 사태의 발단이 됐던 2010년 동양시멘트와 골든오일 합병을 산업은행이 주도한 것을 두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윤태 산업은행 투자금융부문 부행장은 기업금융4부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3월부터 1년 동안 동양시멘트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이후 사외이사 자리는 후임인 권영민 기업금융4부장이 이어받아 올 3월까지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산업은행은 이에 대해 "재직 중인 임직원이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지만 극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김 부행장은 동양시멘트가 코스닥 상장사인 골든오일을 통한 우회상장으로 주식시장에 입성한 2010년 3월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골든오일 최대주주는 산은캐피탈의 계열사인 리더스사모투자전문회사(PEF). 우회상장에 성공한 뒤 동양시멘트가 합병 파트너였던 산은 측에 사외이사 자리 하나를 내 준 것이다. 김 부행장은 "보수 등은 전혀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동양시멘트에 2,200억원의 자금을 빌려 준 주채권은행이라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직원이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것도 문제 소지가 있지만 채권단과 사외이사는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는 자리"라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측은 동양사태가 표면화되던 올 3월 뒤늦게 사외이사에서 물러났다.
산업은행이 동양시멘트 우회상장에 관여한 것을 두고도 책임론이 일고 있다. 2008년 당시 자금이 부족했던 동양시멘트는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리더스PEF를 재무적투자자(FI)로 끌어들였다. 이 과정에서 산은 측은 동양그룹에 3,000억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은 이 돈으로 상장사인 골든오일과 합병해 우회상장에 성공한다.
이 합병은 동양그룹 부실 확대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동원된 자금에 대해 10%가 넘는 이자는 고스란히 빚더미로 돌아왔고, 골든오일 인수로 진출한 자원개발 사업은 적자를 이어 가며 약 5,000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
사외이사 역할도 소홀했다. 산은 측은 재직 중 열린 55차례의 동양시멘트 이사회에 7번만 참석해 모두 찬성 의견을 냈다. 특히 회계에 대한 자문이 주된 역할이었음에도 골든오일과의 합병과정에서 발생한 회계상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 동양시멘트는 골든오일과 합병 과정에서 861억원의 이익을 부풀린 사실이 적발돼 금융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산업은행과 동양 측의 '인연'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윤우 전 산업은행 부행장 역시 2011년 6월부터 현재까지 동양시멘트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2001년 6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약 9년간 동양증권의 사외이사로 있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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