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외교정책인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시동을 걸었다. 다만 발목을 잡힐 만한 걸림돌이 도처에 널린데다, 아직 본격적인 공론화에는 미치지 못해 향후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다루기 쉬운 연성 이슈에서부터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나가려는 것이다. 동북아 국가들이 경제적 상호의존도는 높아진 데 비해 정치ㆍ안보분야의 협력은 뒤처진 '아시아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연성 이슈는 원자력, 에너지, 사이버, 재난 구조, 전염병 예방 등 분야가 각양각색이다. 이에 정부는 각 분야에 대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개국의 반응을 살피며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의 접점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15일 대구에서 열린 동북아 에너지 협력포럼에 참석, 이들 4개 국가의 정부와 민간 전문가를 상대로 에너지 분야 협력을 강조했다. 조 차관은 이어 17일 서울에서 열리는 사이버 스페이스 총회를 계기로 이들 국가의 차관보, 국장급 정부 관계자와 별도로 조찬 회동을 갖고 사이버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 차관은 앞서 7월에는 비엔나를 찾아 미중일러의 대사와 국장급 관계자를 만나 원자력 분야 협력을 타진했다.
이처럼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본은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이 현실화됐지만 주변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다. 중국은 우리의 서해와 마주한 해안에 원전 100기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우려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전조사 등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등 안보 이슈로 인해 주변국간 갈등이 격화되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연성 이슈에서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치ㆍ안보적 갈등이 겹쳐지면 협력의 수준을 높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외교부는 최근에서야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추진할 전담부서를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정부 출범 7개월 여간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얘기다. 외교 소식통은 "한동안 좀더 탐색기를 거쳐 내년 이후에야 동북아 협력 구상이 제대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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