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와 위원회 비정규직 노동조합 간 단체협약ㆍ임금 협상이 결렬돼 조정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노조는 인권위가 스스로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을 짓밟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인권위 비정규직 노조원 15명은 15일 서울 을지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올 6월부터 4개월째 단체협약과 임금 협상을 벌여왔다. 노조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에 따르면 ▦위원회의 사회적 책무 ▦징계위원회 구성 ▦출산ㆍ육아 휴직 시 대체근무자 투입 등 주요 조항들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우선 사회적 책무와 관련, 조합과 위원회는 정치와 권력,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이라는 점과 조합원이 전문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담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20차례 교섭에 이르기까지 인권위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노조는 인권위의 이율배반적 행태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2월 국회의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정리해고자 생계 안정 대책을 강구하라고 권고했으나, 이를 토대로 제안한 인권위 노조의 해고 관련 조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노조는 여성 감정노동자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외부 권고와 인권위의 내부 조치가 엇갈린다고 주장했다. 2011년 '여성 감정노동자 인권가이드 실천을 위한 사업주 안내서'를 발간한 인권위가 정작 인권상담센터에서 근무하는 여성 조합원들이 상담 중 폭언과 성희롱을 당할 경우 안내 후 전화를 끊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는 외면했다는 것이다.
정미현 인권위 노조 분회장은 "외부에 권고하는 것과 내부 운영에 대한 이중 잣대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한 권고를 숱하게 해왔던 인권위 위원장과 사무국장이 노사협상에는 한 번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며 "인권위의 권고가 다른 기관들로부터 존중 받으려면 스스로 그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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