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을 지낸 총경급 간부가 술자리에서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5일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여성 B씨의 제보에 따르면 A총경은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이던 지난해 8월29일 '제1회 경찰 인권영화제'가 끝난 뒤 인근 나이트클럽에서 여성 직원, 대학생들과 뒤풀이를 했다. 진 의원에 따르면 경찰 유관기관 직원인 B씨는 "나이트클럽에서 A총경이 강제로 끌어안고 춤을 췄고, 입을 맞추려 해 거부하자 내 상의 속으로 손을 넣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A총경은 이후 동석한 다른 여성들에게도 강제로 같이 춤 출 것을 요구하고,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이를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알렸지만 경찰 차원의 공식 대응은 없었고, A총경은 얼마 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장으로 발령 받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A총경은 이날 해명서를 통해 "영화제에 참석한 여성 직원 등과 나이트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춤 춘 것은 사실이나 자발적으로 따라온 것이고 이후에도 이의제기나 항의를 받은 일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B씨와의 대질조사를 요구하면서 "관련자에 대해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진 의원이 경찰관과 경찰 직원 753명을 대상으로 1~9일 성희롱 실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41명(19%)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경찰 상급자가 가해자였다는 응답이 52명으로 가장 많았고, 동료(38명), 민원인(10명) 등이 뒤를 이었다. 피해 장소로는 회식 장소(51명)와 사무실 안(29명)이 가장 많았다.
또한 성희롱 피해를 참고 넘어간다는 답변이 응답자 중 85%(81명)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문제제기 해도 해결이 될 것 같지 않아서'(38%)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아서'(21%) '소문과 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18%) 참고 넘어간다고 답했다. 진 의원은 "조직 내 성희롱에도 무감각한 경찰이 성범죄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신뢰할 수 없다"면서 "경찰 내부의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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