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Ⅰ과 서울도시철도(5~8호선) 전동차의 핵심부품인 제동장치 등을 해외에서 수입한 정품인 것처럼 속여 납품한 업체들과 납품과정에서 뒷돈을 받아 챙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임직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그런데 코레일측은 납품된 '짝퉁 부품'이 현재 운행 중인 KTX-Ⅰ의 어디에 장착돼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등 KTX의 부품관리시스템이 허점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신응석)는 15일 국내에서 임의로 제작한 KTX용 짝퉁 부품이나 재고품을 프랑스에서 수입한 순정품이라고 속여 납품한 6개 업체 관계자 14명과 납품 편의를 봐주고 돈을 받은 코레일 임직원 2명 등 14명을 붙잡아 9명을 구속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대부분 서울과 경기 지역에 본사를 둔 납품업체들은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관세청이 발행하는 수입신고필증 등을 위조해 국산 부품이나 재고 부품을 정품인 것처럼 코레일에 납품했다. 이들 업체들은 KTX-Ⅰ 제작사인 프랑스 알스톰의 품질보증서와 수입송장 등도 수입신고필증의 내용에 맞도록 위조했으며, 이런 방식으로 챙긴 부당이득이 적게는 1,400만원에서 많게는 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납품한 짝퉁 부품은 체크밸브 등 KTX 제동장치 계통의 부품들로 29개 품목 1만7,521개에 달했다.
또한 이들 업체들은 국내에서 제작된 지하철용 제동관련 부품(3개 품목 2,607개)도 독일에서 수입한 정품으로 속여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등에 납품했다. 이 과정에서 전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장 A(50ㆍ구속)씨와 차량기술단 차장 B(41ㆍ구속)씨가 납품 편의와 부품구매계획 등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업자들로부터 각각 2,000만원과 1,1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코레일과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검찰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KTX용 부품의 경우 몇몇 핵심 부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200만여개)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이 안될 정도로 부품사용이력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KTX용 부품의 사용이력을 추적할 수 없어 납품된 짝퉁 부품에 대한 성능시험도 할 수 없었다"며 "KTX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짝퉁 납품 현황을 코레일에 통보하고 해당 부품에 대한 즉각적인 점검 및 교체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코레일 측은 "납품절차 등을 개선하고, 당장 내달 1일부터 프랑스 고속철 전문가 등을 참여시켜 KTX 전 부품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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