똬리를 튼 뱀처럼 꼬불꼬불 이어진 어두운 골목길, 빈 병과 담배꽁초가 널브러진 공ㆍ폐가들.
지난 2010년 한 여중생을 납치∙성폭행한 뒤 유기해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른바 ‘김길태 사건’의 주 무대가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부산지검(검사장 김희관)과 범죄예방위원회 부산지역협의회(회장 신정택), 사상구청(구청장 송숙희) 등은 15일 오전 10시 사상구 덕포1동 주민센터 앞에서 ‘안전한 덕포동 프로젝트’ 착공식을 가졌다.
덕포동은 살인, 강도, 성폭력범죄 등 5대 강력범죄 발생지점과 발생빈도가 반영된 범죄지도를 토대로 부산지역의 셉티드 1차 대상지역으로 선정됐다.
셉티드는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으로 도시를 조성하는 선진국형 범죄예방기법. 여러 선진국에서는 이미 셉티드를 도입, 범죄발생 여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도시환경을 설계하거나 개선하고 있다.
범죄예방위원회와 사상구의 지원을 받은 자원봉사 대학생들이 지난달 26일부터 덕포동 주택가에 벽화를 그리는 재능기부 방식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은 길이 700m 골목길 120여곳의 담벼락에 벽화를 그릴 예정이다.
이밖에도 범죄의 유혹에서 벗어나고 심리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각종 교육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위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악기ㆍ미술ㆍ학과공부 도우미,·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출소자와 우범자들을 대상으로 알코올중독 해소 인문학 상담 프로그램도 확대할 예정이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도 이번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부산지검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부산지킴이’를 모집한 결과 지금까지 대학생, 주부 등 130여명이 ‘우리 동네는 내가 지키겠다’며 지원하고 나섰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의 성과를 분석한 후 지역 현실에 맞는 맞춤형 환경개선 전략으로 발전시켜 내년에는 2ㆍ3차 사업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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