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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공공기관 수장 돌고돌아 '모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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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공공기관 수장 돌고돌아 '모피아'

입력
2013.10.1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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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미뤄왔던 금융권 수장 인사에서 '모피아'로 불리는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 등 포함) 출신들이 잇따라 임명되고 있다. 민간금융단체와 금융지주사에 이어 공공기관까지 모피아 출신들이 장악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그 동안 미뤄왔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기술보증기금,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등 금융 공공기관 후임 사장 인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김경동 사장이 임기를 1년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예탁결제원은 유재훈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내정설이 돌고 있다. 유 위원은 기재부 국고국장, 금융위 초대 대변인 출신이다.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 장영철 캠코 사장 후임으로는 재무부 출신인 홍영만 금융위 상임위원 내정설이 흘러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장 사장은 부실채권정리기금, 국민행복기금 등 업무 실적이 좋았지만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행정고시 24회 동기라 용퇴가 거론돼 왔다"고 말했다. 거래소 산하 증권전산 담당 기업인 코스콤 사장에도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공무원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으로는 업계 출신인 모 금융지주 현직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한국거래소도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조달청장 등을 역임한 최경수 신임 이사장을 선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 정부 초기 두드러지게 나타나던 금융계의 모피아 영향력 확대가 잠시 주춤하다 되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 금융위원장(전광우)과 부위원장(이창용)을 민간에서 발탁하며 적극적으로 모피아 배제 전략을 썼던 것과 달리 현 정부는 초기부터 모피아 출신을 적극 등용해왔다. 6월 KB금융지주 회장에 행시 20회 출신 임영록 KB지주 사장이, 농협금융 회장에는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행시 24회)이 임명됐다. 이어 국제금융센터 원장으로 행시 26회인 김익주씨가, 여신금융협회장에도 행시 23회인 김근수씨가 선임됐다.

하지만 이후 '모피아 독주'에 대한 반대여론이 일자, 후속 금융권 인사에 대해 청와대는 원점 재검토를 시사했다. 때문에 모피아 중시 인사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지만, 결국 방향전환은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사태를 계기로 위험성이 따르는 민간 출신 발탁인사보다 어느 정도 검증된 모피아 출신이 다시 신임을 얻은 것"이라며 "결국 돌고 돌아 모피아가 낙점된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현정부는 원래부터 모피아 출신 중용 계획을 바꿀 생각이 없었지만, 여론의 눈치를 보기 위해 잠시 숨고르기를 한 것뿐"이라며 "국내 금융계에 인재가 모피아 출신 밖에 없느냐는 자괴감이 든다"고 씁쓸해 했다.

한편 금융기관 수장의 인사지연에 따른 업무 공백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 기관들은 이번 국정감사까지 대행 체제로 치르게 돼 부실한 국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정책금융공사의 경우 정책금융기관 개편안의 주체라 국감에서 산업은행과 함께 주요 사안으로 다뤄질 기관이지만 7일 진영욱 사장이 사퇴하면서 '속빈 국감'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최근 사장이 선임된 한국거래소, 신용보증기금 등도 업무 인수인계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이라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보 관계자는 "서 이사장은 2일 취임 후 휴일도 없이 새벽에 출근해 자정이 다 돼 퇴근할 정도로 업무파악과 국감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기술보증기금과 코스콤은 사장 대행이 국감을 준비하고 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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