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극적인 태도와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해 눈총을 샀다.
이날 국감에서는 동북아의 최대 외교ㆍ안보 현안인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놓고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 "현 시점에서는 답변이 적절치 않다"며 핵심을 요리조리 피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물론 사안의 민감성에 비춰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초미의 관심사에 대해 외교 수장이 당장은 유보적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등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분명한 입장 표명 없이 회피적 자세를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윤 장관은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묻자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포함돼 있다"며 말을 흐리기 시작했다. 윤 장관은 이어 한반도와 지역에 미치는 영향, 자위권의 범위, 향후 논의 방향 등 온갖 변수를 늘어놓더니 "일본 내 집단적 자위권 논의가 구체화돼 있지 않아 분석 중"이라며 동문서답으로 흘렀다.
윤 장관은 일본의 헌법해석 변경에 대해서도 "일본의 국내 논의 사안이기 때문에 어떻다고 말하는 게 맞지 않다"며 입장을 보류했다. 일본의 우경화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였다. 앞서 3일 미국은 일본과 안전보장협의위원회를 열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일본의 방위력 강화 구상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 장관은 대신 "주변국의 우려가 해소될 수 있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당위론에 그치는 답변을 반복했다. 이에 민주당 김성곤 의원이 '도대체 어떻게 한다는 말이냐'고 따지자 "사전협의 할 수 있는 건 협의하고, 투명하게 할 수 있는 건 투명하게 하고, 여러 각도에서 이야기하겠다"며 군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윤 장관은 그러면서 "저희뿐 아니라 일본 재무장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는 나라가 많다. 일본의 재무장을 묵인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애써 기대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답변이 헛돌자 여당 의원도 가세했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답답한 듯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의 외교적 승리다. 우리 외교는 감정만 있고 실리가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럼에도 윤 장관의 답변은 "과거사 문제와 다른 사안은 연계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론적인 수준을 맴돌았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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