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아버지인 시중쉰(習仲勛) 전 부총리 탄생 100주년(15일)행사가 봇물을 이루며 일부 지방정부들이 아전인수식의 인연을 강조한 홍보로 빈축을 사고 있다. 시 주석의 환심을 얻어 중앙 정부의 지원을 더 많이 끌어내기 위한 지방 정부의 속셈과 차기를 노리는 대권 후보들의 충성 경쟁 과열이 낳은 결과란 지적도 나온다.
먼저 시 전 부총리가 살았거나 일한 적이 있는 각 지방 정부는 시중쉰 기념 행사를 누가 더 크게 여느냐로 각축을 벌였다. 시 전 부총리가 혁명 활동을 벌인 간쑤(甘肅)성은 지난 9일 관련 좌담회를 열고, 시 주석의 동생인 시위안핑(習遠平)을 등장시켜 눈길을 끌었다. 행사엔 왕싼윈(王三雲) 간쑤성 서기를 비롯 지방 정부와 중앙 정부, 군 관계자가 대거 참석했다.
시 전 부총리의 고향인 산시(陝西)성도 이틀 뒤인 11일 자오정융(趙正永) 서기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관련 좌담회를 개최했다.
시 전 부총리가 덩샤오핑(鄧小平)의 지시로 개혁ㆍ개방 실험을 추진한 광둥(廣東)성도 12일 '시중쉰과 광둥개혁개방 좌담회'를 열었다. 특히 차기 지도부 후보군 중 선두로 꼽히는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가 행사에 참석, "시중쉰 동지는 실사구시 정신으로 광둥의 개혁개방과 경제특구 건설에 중대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공산주의청년단의 대표 주자인 후 서기가 태자당(太子黨ㆍ고위 관료들의 자녀) 출신인 시 주석의 아버지를 찬양한 것은 눈 여겨볼 대목이다. 중국공산당은 공청단과 태자당, 상하이방(上海幇) 등 3대 정파의 경쟁과 합의로 움직인다는 게 정설이다.
시 전 부총리가 몇 번 다녀간 일까지 내세운 아전인수식의 업적 칭송까지 이뤄지고 있다. 베이징(北京)시 미윈(密雲)현 정부는 14일 "시 전 부총리가 국무원 비서장이었던 1958년 5월 이 곳을 댐 건설지로 정하는 등 60년 9월 미윈저수지가 준공될 때까지 세 차례나 직접 방문,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지도했다"는 장문의 글을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에 게재했다.
관영 언론매체들도 시중쉰 띄우기 경쟁에 가담했다. 중국청년보가 11일 아버지를 기리는 시위안핑의 기고문을 실은 데 이어 중국 CCTV도 14일부터 시중쉰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16일까지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황금시간대에 방송된다. 중앙당사연구실은 , , 을 펴냈다. 또 잡지 환구인물(環球人物)이 이날 '100년 시중쉰'이라는 특집 기사를 게재하는 등 시 전 부총리를 칭송하는 기사와 사진이 중국 매체들을 도배했다. 한편 중국우정집단공사는 15일 기념우표(사진)도 발행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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