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직원에 대한 감시 등 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 동안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기 위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수 차례 불거졌지만, 구체적인 전략이 담긴 내부 문건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4일 삼성그룹이 지난해 1월 그룹 고위임원 세미나에 사용하기 위해 작성한 151?페이지 분량의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노조를 설립하려는 소위 '문제 직원'을 관리하기 위해 개인 취향, 사내 지인, 자산은 물론 주량까지 꼼꼼히 파일링하고 있는 계열사의 사례가 수록돼 있다.
▦2011년 평가 및 반성 ▦2012년 노사 환경과 전망 ▦2012년 노사 전략 ▦당부 말씀 등 네 부분으로 구성된 이 문건에 따르면, 삼성은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된 2011년 그룹 계열사 전체를 상대로 2차례 대응 태세 점검을 하고, 직원 2만9,000명을 상대로 특별 모의훈련까지 했다. 또 2012년 노사환경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선심성 정책 남발로 노사환경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노사 사고(노조 설립) 예방 총력 체제, 노조 설립 시 전 부문 역량 집중'을 전략기조로 제시했다.
10가지 세부추진 항목에는 '문제 인력 노조 설립 시 즉시 징계를 위한 비위 사실 채증 지속' '노조활동 대응 인력의 대자보 철거 등 사내 조합활동 방해' 등 불법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노조가 설립됐을 경우 ▦설립 신고 단계 ▦세 확산 단계 ▦교섭 단계 등 3단계로 나눠 치밀하게 대응하도록 했다.
문건은 노조 세 확산 단계에서는 '신규노조 단체교섭 무조건 거부 -> 주동자 위법 사실 채증 후 해고 정직 등 격리로 신규노조 내부 분열 유도 -> 기존 노조 활용, 노노 갈등 유발 및 탈퇴 추진 -> 손해배상ㆍ가처분 신청 등 민형사상 법적 대응 통해 무력화'하라고 제시했다. 또 당부말씀 부분에서는 "(노조가) 조기 와해가 안 될 경우, 장기 전략을 통해 고사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 문건에 적힌 전략이 실제로 실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건의 '2011년 평가 및 반성'부분에 2011년 결성된 삼성 에버랜드 노조가 사측의 대응으로 결국 무력화된 사례가 자세히 나와있기 때문이다. 또 법원은 최근 삼성이 에버랜드 노조 설립 주도자들에 대해 정직ㆍ해고 등 징계한 데 대해 "노조활동 방해행위"라며 처분 취소 판결도 내린 바 있다. 사용자의 노조 설립 저지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실행됐다는 것이 입증돼야만 한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조직 문화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서 우리가 작성한 문건이 맞다"면서도 "단순한 토론 자료일 뿐이지 문건 내용대로 실행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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