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이 '군비축소'를 강조한 이 상의 창시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지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노벨평화상을 결정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최근 몇 년간 정치적 판단으로 수상자를 선정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올해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를 뽑아 노벨의 뜻을 따르려 노력했다는 분석이다.
노벨위원회는 11일 OPCW에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며 "시리아 화학무기를 없애려는 광범위한 노력을 했고, 군비축소란 알프레드 노벨의 의지를 크게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은 노벨평화상을 만들며 "평화의 보유와 증진, 군대의 축소와 폐지를 위해 국가 간 우애를 증진시키고 헌신한 사람"을 수상자의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페테르 발렌스틴 노트르담대 교수는 "OPCW의 수상은 시리아 화학무기 해체작업을 앞두고 시의 적절하게 이뤄졌다"며 "노벨의 유언과도 일치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몇 년 간 노벨위원회의 수상자 선정은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켜 왔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2009),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상 2007년) 등 최근 수년간 논란을 일으킨 선정 결과의 경우 노벨의 유지와 거리가 멀었다는 게 WSJ의 지적이다.
EU에 노벨평화상을 줄 당시 EU는 심각한 재정 위기로 국가 간 갈등이 커지던 시기였고, 오바마 대통령도 재임 9개월 만에 이 상을 받으면서 노벨위원회의 섣부른 평가에 따른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환경 보호의 공로를 인정한 IPCC와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경우도 평화라는 주제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게이르 룬데스타드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논란이 심했던 수상 결과가 가장 성공적이었던 경우가 많았다"고 WSJ에 반박했다. 그는 폴란드 자유노조를 이끌며 노동운동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레흐 바웬사(1983년), 중국 반체제 운동가 류샤오보(2010년) 등이 그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노벨상 시상을 주관하는 노벨 재단이 노벨평화상이 노벨의 의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감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노벨 재단의 랄스 아이켄스텐 이사는 "노벨위원회가 후보자를 비공개로 하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지만, 노벨 재단이 노벨위원회를 조사하거나 노벨상 후보자들의 면면을 평가할 위치엔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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