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조작 등 조직적인 입시 비리를 저지른 영훈국제중이 관련 감사 결과의 이행 여부를 감독하기 위해 학교를 찾은 서울시의회 의원들을 문전박대했다.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비리사학이 오히려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회 사학투명성강화특별위원회(사학특위) 소속 시의원 10명은 14일 오후 2시40분쯤 '영훈ㆍ대원학원의 현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고자 서울 강북구 영훈국제중을 찾았다. 사학특위는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감사관, 교육행정국장 등 관련 공무원과 영훈국제중ㆍ고 교장, 영훈초ㆍ고 행정실장의 출석을 요청해 현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고 입시비리 관련자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질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문을 걸어잠가 의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봉쇄된 후문 앞에서 사학특위 의원들은 "영훈중이 오늘 시의회 업무보고에 협조하지 않고 문을 걸어잠근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성적조작으로 특권층을 입학시킨 영훈학원은 비리 관련자에게 솜방망이 처분만을 내렸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문수 사학특위 부위원장은 "시ㆍ도교육청이 사학에 대한 비리처분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사학법 개정을 촉구한다"며 "서울시 사립학교 투명한 운영을 위한 조례안을 임시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시교육청은 영훈학원에 대한 감사 결과 10명에 대한 신분상 처분을 요구했지만 학교측은 3명에 대해서만 애초에 시교육청이 요구한 것보다 훨씬 가벼운 수준의 솜방망이 징계를 의결했다. 이에 사학특위 소속 김형태 교육위원은 "국민의 공분을 사는 위ㆍ탈법을 저질러 놓고, 반성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국제중이 교육청이 요구한 최소한의 신분상 처분도 무시하고 있다"며 "교육감이 사학비리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제대로 보인다면 국제중이 이렇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교육청과 영훈학원 측은 지방자치법상 사립학교는 행정감사 대상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보고에 응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시의원들은 "지난달 26일 업무보고 자리에 영훈학원 관계자들이 출석하지 않아 직접 학교를 찾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후 7시30분쯤이 돼서야 김관복 부교육감 등 시교육청 관계자만 출석한 가운데 업무보고가 열렸다.
이날 학교 앞에서는 영훈국제중 학부모와 올바른 국제중만들기 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회원 40여명이 모여 20여분간 의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술에 취한 50대 남성 서너명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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