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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0월 15일] 단풍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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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0월 15일] 단풍 구경

입력
2013.10.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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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도 선선한 바람이 부는 완연한 가을이다. 에어컨 앞에서 몸을 떼지 못했던 때가 불과 며칠 전인데 어느새 밤에는 제법 두툼한 이불 속으로 찾아 들고 있으니 절기(節氣)의 변화 속도만큼 사람들 마음도 빨리 변하는 것 같다. 무더웠던 여름 기억을 가시게 하면서 기분 전환을 하는 데는 역시 자연을 벗삼는 게 제일이다.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 아래 온통 울긋불긋하게 물이 든 명산을 감상하는 단풍 구경을 다녀올 시기가 된 게 반갑기만 하다.

■ 설악산은 지난달 말 대청봉을 시작으로 최근 해발 500m인 한계령과 미시령까지 붉은 기운이 내려왔다. '산의 날'인 18일이 최절정기라 한다. 수도권의 북한산과 소요산에도 단풍이 막 모습을 드러냈다. 남쪽엔 내장산도 좋지만 지리산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조선시대 유학자 조식 선생은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은 이는 단풍을 봤다고 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지리산 단풍은 핏빛이다. 피아골과 뱀사골 단풍은 숲 전체를 불지른 듯 강렬한 맛이 일품이다.

■ 조상들의 단풍 놀이는 중국 한나라에서 전래된 중양절(重陽節ㆍ음력 9월9일, 올해는 이달 13일)을 전후해 최고조에 달했다고 한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보면 '서울 풍속에는 중양절을 맞아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남산과 북악산에 올라 시절 음식을 즐기며 노는 단풍 놀이를 한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문인들은 국화 꽃잎을 술에 띄워 마시며 단풍과 함께 가을 정취를 만끽했는데, 이런 전통이 지금의 가을 야유회로 이어져 온 것 같다.

■ 단풍 놀이에 남북이 다를 리 없다. 개별 관광이 쉽지 않은 북한 주민들은 직장이나 학교에서 단체로 단풍 나들이를 한다. 금강산 구월산 백두산 묘향산 등이 명소로 꼽히는데 그 중 가을에는 단풍의 풍(楓)자를 쓰며 풍악산(楓嶽山)으로 불리는 금강산이 빼어나다. 1998년 11월부터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을 계기로 중단됐다. 이후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여섯 해나 금강산 단풍을 접할 수 없었다. 부디 내년에는 풍악산 단풍과 재회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염영남 논설위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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