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측과 검찰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14일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양측은 변호인 14명과 검사 8명이 한꺼번에 출석해 공소장에 적시된 법 위반 여부를 놓고 힘겨루기를 벌였다.
이날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 이 의원 등 피고인 4명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정장 차림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변호인으로 출석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눈 후 방청석의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재판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공판에는 이 대표 등 14명의 변호인단이 참석했고, 검찰도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례적으로 최태원 공안부장 등 8명의 검사가 출석해 재판 전부터 치열한 설전을 예고했다.
먼저 공동변호인단 대표 김칠준 변호사는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은 '공소장 일본(一本)주의'를 위배했다"며 공소 기각을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 의원 등의 공소사실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이른바 RO(Revolution Organizationㆍ혁명조직)의 단체구성, 북한과의 연관성 등이 공소장에 담겼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판사가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선입견을 품지 않도록 검사가 쓰는 공소장에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된 내용만을 정리해 넣도록 하고 수사기록 등은 재판 중에 따로 내도록 한 원칙이다.
검찰은 변호인단이 지적한 부분이 이 의원 등의 공소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라며 맞섰다. 검찰은 "RO에 관한 내용이 내란음모 및 선동을 비롯한 범죄사실의 전 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소장에 포함했다"며 "반국가단체 결성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RO 관련 내용을 공소장에서 빼야 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변호인 의견서가 당일 제출돼 검토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면서 "피고인들이 구속상태이고 사안이 중대한 사건인데 준비기일 절차가 공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반격했다.
이날 이 의원 등은 피고인 신원확인 절차 외에는 발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별다른 말 없이 시종일관 긴장된 표정으로 변호인단과 검찰의 날 선 공방을 지켜봤다. 이 의원 등에 대한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22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2차 공판준비기일에는 검찰이 내란음모 등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자료를 증거로 채택할 지 여부와 양측이 신청할 증인 등을 결정한다. 검찰 측은 신변 보호 등을 이유로 내란음모 혐의 제보자에 대한 증인 심문을 비디오 중계를 통한 비공개로 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편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 340여명은 이날 오전부터 법원 앞에 모여 '이석기 사형, 진보당 해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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