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행궁동에 자동차가 사라졌다. 이곳에는 2,220세대에 인구 4,343명이 살고 있으며, 주민의 자동차 보유 대수는 1,516대다. 이 자동차들이 한 달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 9월 '차 없는 마을'(생태교통 수원 2013) 행사를 진행하면서 잠시동안 차와 작별을 고했다. KBS 1TV가 15일 밤 10시 50분에 방송하는 '다큐공감'에서는 자동차가 사라진 행궁동 이야기를 담았다.
행궁동은 석유가 고갈되고 대체자원도 구할 수 없는 미래도시를 가정해 한 달 동안 '자동차 없는 마을'이라는 도전을 감행했다. 주민들은 자동차를 외곽 공용주차장에 세워 두고, 친환경 이동수단을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찬성과 반대로 갈린 주민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했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주민설명회가 열렸는가 하면, 공무원으로 구성된 행정 서포터즈는 집집마다 방문해 차량을 옮겨 주차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순자씨는 이 행사에 반대했던 대표적인 인물. 그러나 자동차와 이별하면서 큰 변화를 겪었다. 집에서 업소까지 왕복 한 시간을 걸어 다니면서 건강과 활력을 되찾은 것이다. 수원에서 나고 자란 신근필씨는 차와의 이별을 환영했다. 아침마다 대체이동수단인 자전거 택시를 운전하며 행궁동을 새롭게 알아가는가 하면, 학생들을 태워주는 등 마을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 행궁동 골목을 누비며 이동사진관 프로그램을 진행한 박호철씨는 차 대신 사람으로 채워진 길에서 이웃들을 만나는 게 즐겁기만 하다.
행궁동 사람들은 이번 행사가 마을을 자동차 중심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인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행사 이후 주민들의 일상이 어떻게 바뀌고, 골목길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들여다본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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