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북한 또 통미봉남으로 돌아서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북한 또 통미봉남으로 돌아서나

입력
2013.10.13 18:35
0 0

남측과 미국을 분리, 대응하려는 북한의 태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의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연상케 하는 움직임에 따라 북한이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북미관계 개선 쪽으로 튼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12일 하루에만 4건의 비난 성명을 쏟아냈다. 먼저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기자 문답을 통해 "우리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조금이라도 헐뜯는 자들에 대해서는 추호도 용서치 않고 단호히 징벌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노동신문도 "최고존엄에 대한 도발 행위"를 들먹이며 남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국방위원회는 "미국은 비핵화 의미를 똑바로 알고 우리에 대한 모든 고립압살 조치를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북한과 불가침조약을 체결할 준비도 돼 있다"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언급을 반박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역시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한 한미일 해상훈련을 겨냥해 "위험천만한 군사적 모험으로서 조선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우리의 평화적 노력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성명 내용만 보면 남측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한 것이지만 메시지의 결에서는 다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최근 우리 측이 대북 입장을 내는 즉시, 곧바로 응수하는 행태를 이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평통과 노동신문의 논평은 통일부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행보를 '공적 쌓기'라고 평가한 데 대한 반발 차원의 성격이 짙다. 노동신문은 13일에도 "북한의 도발 원점을 초토화하겠다"는 최윤희 합참의장 후보자의 발언을 문제 삼아 '보복 대응'을 경고했다. 지난달 16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기점으로 우리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한 북한의 담화ㆍ논평은 20건이 넘는다.

반면, 고립압살정책 철회를 요구한 국방위 성명은 북미 간 대결 구도를 지적했다기 보다 대화 재개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라는 평가다. 성명은 "미국은 전제조건을 내세운 대화나 관계개선을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며 불가침조약 체결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북한은 앞서 11일엔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씨의 어머니를 초청해 만남 장면과 발언을 상세히 공개하는 등 미국의 관심을 끌려는 제스처를 꾸준히 취하고 있다.

하지만 미 국무부가 케네스 배씨의 모자 상봉을 "개인적 방문"이라고 평가절하한 데서 보듯, 당장 북미관계가 한반도 이슈의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기존 미국의 대북 정책에 자신들의 입장과 대화의 의제를 환기시키고 강조하는 차원에서 성명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