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인천 남동구 서창동 서창2지구 LH휴먼시아 11단지 아파트 앞 다소니어린이집. 낮잠시간이라 세상 모르고 곯아 떨어져 있는 아이들,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쓰여진 간판과 나이대별 보육실, 알록달록한 내부장식 등은 여느 어린이집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다소니어린이집 이름 앞에는 '전국 최초'라는 글자가 붙어있다. 아파트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주민공동시설을 무료로 빌려주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투입해 문을 연 전국 최초의 국공립 어린이집이라는 타이틀이다.
연면적 279㎡, 지상 1층, 정원 60명 규모의 다소니어린이집은 정부와 지자체가 건물 리모델링 비용 등 예산 2억7,100만원을 들여 지난 8월5일 문을 열었다. 정원 60~70명 규모의 국공립 어린이집 개원에는 토지매입비, 건축비 등을 포함해 보통 15억~17억원이 들지만 5분의1도 안되는 비용으로 문을 연 셈이다. 인천시 보육정책과 관계자는 "아파트대표자회의로부터 주민공동시설을 12년간 무상 임대 받아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공립어린이집은 민간어린이집에 비해 보육료가 저렴해 인기가 높지만 전체 어린이집 4만여곳 중 5%(일본은 49%)에 불과한 실정이다. 때문에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지만 문제는 돈이다.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을 건립할 때 건물 건축 비용의 최대 50%까지만 국비로 지원할 뿐 나머지 건축비용과 가장 규모가 큰 토지매입비, 건축설계비 등은 모두 지자체의 부담이다. 지방재정이 허약한 상황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가 쉽지 않은 이유다.
결국 다소니어린이집과 같은 모델이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덜면서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할 수 있는 대안 사례로 꼽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인천 A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공동시설을 민간 어린이집 등에 유상 임대하면 연간 3,000만~4,000만원 정도 수익이 발생한다"며 "이럴 경우 전체 주민의 관리비를 낮출 수 있는데 국공립어린이집을 짓는다고 무상임대 해줄 경우 영유아 자녀를 둔 60가구 남짓만 혜택을 보게 돼 반대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을 선점한 민간 어린이집들의 반발, 어린이집 주변 주민들의 소음 피해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다소니어린이집도 개원할 때까지 진통이 컸다.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수개월을 허송세월 하다 지난해 12월 주민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은 끝에야 추진할 수 있었다. 임대 기간이 당초 20년에서 12년으로, 어린이집이 놀이터 검사료의 40%를 부담하는 조건이 충족되고 나서야 어린이집 설치가 최종 확정됐다.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인천시민협동조합'에 소속된 김효미 다소니어린이집 원장은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어르신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지만 다른 어린이집과 달리 주민들이 설립 과정부터 참여해 주민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어린이집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며 "비슷한 어린이집들이 곳곳에 생겨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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