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 람페두사 섬 인근 해역에서 11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난민들을 태운 배가 또 다시 침몰해 최소 27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배가 침몰한 곳은 람페두사 섬에서 남동쪽으로 105㎞ 떨어진 곳으로, 3일 최소 359명이 사망한 대참사의 지점과 가깝다. 조셉 무스카트 몰타 총리는 11일(현지시간) "사고 수습과정에서 200명 이상의 난민을 구조했다"며 "계속해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스카트 총리는 "아프리카와 가까운 유럽의 바다가 무덤으로 변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 차원의 이민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는 "몰타와 이탈리아가 사고 난민들을 구조하고 있지만 다른 유럽국가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다른 유럽 국가들에게 버림받은 느낌"이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12일 트위터로 "안락한 삶에 눈이 멀어 앞에서 죽어가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습니다"라며 유럽에서 난민문제가 외면당하는 상황을 비판했다. 교황은 3일 350명이 넘는 난민이 사망하자, 4일을 이민희생자 추도 목적의 '통곡의 날'로 정하기도 했다. 이탈리아도 3일 아프리카 난민 문제에 EU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러나 EU가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오려는 난민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11일 전했다. 오랜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유럽에서 난민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그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보다 더 큰 상황을 정치권이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EU 외곽 국경치안 담당기관인 프론텍스의 예산은 2011년 1억1,800만유로(1,715억원)에서 올해 8,500만 유로(1,235억원)로 줄었다.
가디언은 "통합을 지향하고 있는 유럽사회에서 지리적 위치상 아프리카 난민 문제가 자국의 문제로 확대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간 입장 차이가 명확한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분석했다.
이탈리아의 엔리코 레타 총리는 당장 14일부터 이탈리아 해군과 공군이 인도주의적 차원의 군사작전에 나서 지중해를 난민들의 무덤이 아닌 안전한 해역으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레타 총리는 "예산이 빠듯하지만 EU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내년 4,5월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오려던 난민과 이민자 가운데 2011년 1,500여명, 2012년에는 500여명이 익사하거나 실종됐다. 올해는 이달 들어서만 400명에 가까운 아프리카 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또 올해 상반기에만 몰타와 이탈리아에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8,400명의 난민이 도착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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