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인도네시아와 맺는 통화스와프 협정은 원화와 루피아화를 교환하는 협정으로, 외환 부족사태를 대비해 미 달러화로 맺는 통화스와프 협정과는 차이가 있다. 다만 아세안국가 중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인도네시아와의 교역 증진 및 원화의 국제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우리나라가 맺은 통화스와프는 중국(560억달러), 일본(100억달러), 아세안+3국(치앙마이 이니셔티브, 192억달러) 등 모두 852억달러 규모다. 일본과는 최대 700억달러 규모의 스와프를 유지했으나 외교관계 악화로 지난해 10월과 올해 7월 만기가 돌아온 협정이 연장되지 못해 100억달러 규모만 남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맺은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는 2010년 2월 종료됐다.
이중 한ㆍ미, 한ㆍ일 통화스와프는 우리나라가 갑작스런 외화 유출 등으로 위기를 겪을 때 원화를 맡기고 달러화를 빌려 오는 것으로, 외환위기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협정이다. 반면 한ㆍ중 통화스와프는 중국이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고 교역을 증진하기 위해 달러화를 매개로 하지 않고 위안화ㆍ자국통화 맞교환 형식으로 전세계 20여개국과 맺고 있는 협정이다. 중국은 10일 유럽연합(EU)과 3,500억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인도네시아와 맺은 협정도 중국의 위안화 통화스와프와 비슷한 형식이다. 루피아화는 국제통화가 아니므로 이 협정을 통해 우리가 외환위기 시 도움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가시화하면서 해외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루피아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큰 위기를 겪었던 인도네시아에는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도네시아와 연간 약 300억달러 규모의 교역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게도 긍정적이다. 특히 자원부국으로 2억4,000만명의 인구를 거느린 인도네시아와의 외교관계 증진도 기대할 수 있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의 연내 타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은은 "자국 통화로 통화스와프를 맺어 양국간 무역결제를 지원할 경우 미 달러화 수요가 축소되므로 미 달러화 유동성 부족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선은 원ㆍ루피아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양국간 무역결제 지원제도를 도입하고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