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대만 모두 가족 기반의 의료보험 피부양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의 직장가입자가 대만에 비해 2.5배 이상의 피부양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은 우리나라의 높은 피부양률(가입자 1명당 피부양자 숫자)이 건강보험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고 피부양자 축소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11일 왕혜숙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학술연구교수의 '한국과 대만의 의료보험 피부양자 제도 비교연구'에 따르면 한국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률(가입자당 피부양자 숫자)은 2010년 1.54명으로 대만의 0.62명보다 2.49배 높다. 두 나라 모두 2000년 피부양률이 2.08명(한국), 0.78명(대만)에서 줄어든 것이다.
왕 교수에 따르면 두 나라는 단일한 보험자가 강제적으로 의료보험을 실시하고 경제규모도 비슷하지만 피부양자의 범위와 보험료 산정 방식이 달라 피부양률의 격차가 크다. 한국의 직장가입자는 본인의 직계 존ㆍ비속과 형제자매는 물론 배우자의 직계 존ㆍ비속과 그 배우자까지 피부양자가 되기 때문에 사위, 며느리, 장인, 장모, 시부모, 처조부모, 시조부모, 전 부인(남편)의 아들 딸과 그 배우자까지 포함된다. 2001년까지는 3촌 이내의 방계혈족까지 포함돼 당시에는 조카(1,178명), 큰아버지ㆍ작은아버지(60명)도 피부양자로 등록됐었다.
이에 비해 대만은 직계 존ㆍ비속은 2촌 이내, 결혼한 경우 배우자만 피부양자로 인정하고 형제자매도 제외하는 등 범위가 좁다. 또 "우리나라는 피부양자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같은 보험료를 내지만 대만은 보험료율에 피부양자 수를 곱해 보험료를 산정하기 때문에 가입자들이 피부양자를 늘리지 않으려 한다"고 왕 교수는 설명했다.
이처럼 포괄적인 우리나라의 피부양자 기준은 자산가까지 직장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융소득 4,000만원 이상(2006년), 형제ㆍ자매 중 재산 3억원 이상(2010년), 연금액 4,000만원 이상(2013년)인 경우 피부양자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직장ㆍ지역(피부양자가 없음)으로 나뉜 보험료 부과체계를 일원화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지적이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해 소득이 있으면 가족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며 "다만 소득 파악이 어려울 경우 가구 단위로 기본보험료를 매기는 것도 해법"이라고 말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근본적인 제도혁신이 어렵다면 피부양자의 문턱을 점진적으로 높여야 한다"이며 " 피부양자에서 제외되는 금융소득자의 피부양자 기준을 2,000만원 정도로 낮추는 방법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만식 인두세를 도입하더라도 저소득층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고소득층에만 부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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