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곰'들이 죽다 살아났다.
벼랑 끝에 몰렸던 두산이 천신만고 끝에 1승을 거뒀다. 두산은 11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2013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연장 14회 접전 끝에 넥센을 4-3으로 제압했다. 3-0으로 앞선 7회초 잘 던지던 노경은이 상대 5번 김민성에게 동점 3점 홈런을 허용했지만, 연장 14회말 6번 이원석의 귀중한 적시타가 터졌다. 이로써 1,2차전 패배 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두산은 시리즈를 계속 치를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지난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2연패 뒤 3연승 한 기적 같은 시나리오를 다시 한 번 쓸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반면 넥센은 시리즈 전적 3승0패를 눈 앞에서 놓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3번 이택근이 6타수 2안타, 5번 김민성이 5타수 3안타를 터뜨렸지만 믿었던 4번 박병호와 6번 강정호(이상 5타수 무안타 3삼진)가 부진했다.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12일 낮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승부는 연장 14회가 돼서야 갈렸다. 두산은 4번 정수빈이 상대 구원 김영민으로부터 볼넷을 얻어냈고, 5번 홍성흔의 우전 안타로 무사 1ㆍ3루 찬스를 잡았다. 이어 이원석이 김영민의 초구를 밀어 쳐 천금 같은 우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포스트시즌 사상 처음으로 3경기 연속 끝내기 승리의 진기록을 쓰는 순간. 두산 선수단은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승리를 만끽했다.
7회까지는 홈런 세 방이 잠실벌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팽팽한 접전이 펼쳐졌다. 힘과 힘의 맞대결. 양 팀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1회 선취점을 뽑은 두산은 1-0으로 앞선 4회 2사 이후 대포 2방으로 단숨에 3-0을 만들었다. 4번 최준석은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1볼에서 상대 선발 오재영의 낮은 직구(138㎞)를 퍼올려 좌측 담장(115m)을 넘겼다. 5번 홍성흔 역시 오재영의 낮은 직구를 통타해 좌월 솔로 홈으로 연결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20번째이자 준플레이오프 통산 5번째 백투백 홈런. 3차전은 두산의 압승으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 팀 홈런 1위 넥센(125개)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6회까지 상대 선발 노경은의 포크볼에 7개의 삼진을 당했지만, 단 한 번의 찬스에서 결정적인 대포를 폭발했다. 그 중심에는 1,2차전에 6번으로 출전하다 이날 5번으로 자리를 옮긴 김민성이 있었다.
넥센은 7회 선두타자 3번 이택근의 3루수 방면 내야 안타, 4번 박병호의 볼넷으로 무사 1ㆍ2루 찬스를 잡았다. 이후 김민성이 타석에 들어섰고, 1~2차전에서 6타수 1안타로 큰 활약이 없었던 김민성은 볼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노경은의 141㎞ 직구를 호쾌하게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120m짜리 스리런 아치를 그렸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홈런.
그러나 포스트시즌 '단골 손님' 두산은 뚝심이 있었다. 올 한 해 농사를 모두 마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이원석이 우익수 앞으로 떨어지는 절묘한 밀어치기 배팅으로 팀을 살렸다. 두산이 2010년에 이어 3년 만에 기적을 꿈꾸고 있다.
잠실=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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