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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0월 12일] 고령사회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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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0월 12일] 고령사회의 그늘

입력
2013.10.1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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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잔의 커피는 허기에 찬 그의 삶을 지탱하게 해준 생명수였다. 24시간 문을 연 서울 정동의 맥도날드는 고단함과 외로움에 찌든 그를 새벽까지 보듬어주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렇다고 노숙자처럼 테이블에 드러누워 자는 흩뜨려진 자세를 보인 적은 없었다고 한다. 항상 성경을 곱게 펼친 채 고개를 가슴에 묻고 잠든 그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쓰러운 마음을 갖게 했다.

▲ 3년 전 TV프로에 등장해 유명세를 탔던'맥도날드 할머니' 권하자(73)씨가 지난 여름 한 요양병원에서 사망한 소식이 뒤늦게 알려져 또 한번 독거노인의 사연이 이 가을을 애잔하게 물들이고 있다. 노인의 날(2일)을 앞두고 부산에서 숨진 지 5년이 지난 할머니의 시신이 발견돼 충격을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연고 없이 혼자 지내다 숨져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고독사 소식들이 앞으로 닥칠 고령사회의 그늘을 경고하고 있다.

▲ 우리나라는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600만명을 넘어서고 4년 후면 명실공히 고령사회가 된다. 2026년이면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독거노인 수는 이미 전체 노인의 20.4%로 125만2,000명에 달하고, 지금 추세라면 그 규모는 갈수록 급증할 것이다. 이들을 보살피고 지원해줄 사회안전망 구축은 물론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국민적 합의와 정부의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4년 후면 재정수지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세금을 낼 젊은 세대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복지지출은 갈수록 늘어나는 구조여서 지금부터라도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시작돼야 한다. 최근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노령연금 시행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첨예한 세대갈등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노인 4명 중 1명은 생계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 자녀세대의 경우 정부와 사회가 자녀와 함께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고령사회의 짙은 그늘이 세대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에게 드리워지고 있다.

장학만 논설위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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