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발견하기가 힘들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들여다볼 뿐이다. 한쪽에서는 한류니 뭐니 해서 문화가 부흥하고 있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이나 경쟁력은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우리 국민은 책을 너무 읽지 않는다. 우리나라 성인은 1년에 채 열 권의 책도 읽지 않고 30%에 해당하는 어른은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 영화를 본 누적관객이 2년 연속 1억명을 넘었다는 최근의 뉴스와 비교할 때 뼈저린 수준이다. 좋은 책도 2,000부 팔리기가 어려운 현실에 많은 지식문화 종사자들이 절망하고 있다. 좋은 책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지식문화인구 2,000명은 5,000만명이 넘는 인구에서 불과 0.004% 수준이다. 우리는 아이돌 스타나 연예인의 인적사항은 줄줄이 꿰면서 예술사조나 존 로크의 민주주의 이념 하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영화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줄줄 외우고 영화감독의 추모전 티켓을 예매하는 게 시크한 지식인의 표상이 된 지 오래다. 한 사람의 출판인으로서, 출판사가 소신을 가지고 좋은 책을 만들면 만 부 정도씩은 곧바로 소화되는, 그런 문화국민을 갖는 게, 그런 문화국민에게 보여줄 책을 만든다는 자부심과 기쁨을 갖고 싶은 게, 가져서는 안 되는 너무나도 과도한 욕심인가.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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