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메이저급 서방 무기업체들 이면합의 거래비만 80조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메이저급 서방 무기업체들 이면합의 거래비만 80조원

입력
2013.10.10 18:38
0 0

주요 서방 방산업체가 무기 계약을 따내기 위해 제공하는 '회유거래' 규모가 750억 달러(약 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방산정보 제공업체 'IHS 제인스' 자료를 기반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군수물자를 판매하는 주요 12개 서방 방산업체가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이면 합의한 회유거래 규모는 750억 달러였다. 미국 록히드마틴의 회유거래가 지난해 순이익의 10배에 달하는 270억 달러 이상으로 가장 규모가 컸고, 보잉 126억 달러, 미사일 제작 미국 군수업체 레이시언은 79억 달러였다. 유럽에서는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이 76억 달러로 가장 규모가 컸고, 잠수함 레이더시스템 등을 제작하는 영국 BAE 시스템스와 스웨덴의 사브는 각 40억 달러 수준이었다.

업체들의 회유조건은 어민 재정지원부터 해변도시 건설자금 융자까지 다양했다. 군수송기 연료로 사용되는 튀니지의 올리브 오일을 거래하거나 카자흐스탄 및 요르단에서는 현지 신생 항공사에 투자한 경우도 있었다. 터키에서는 항공우주산업 육성을 지원하고, 말레이시아 출신 우주비행사를 처음으로 우주로 보내주기도 했으며, 오만에서는 크고 밝은 부표로 어민들이 물고기를 더 쉽게 잡을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한국은 EADS로부터 자사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구매하면 민간 우주산업 출범을 돕겠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회유거래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계약을 성사시키려는 업체와 더 나은 조건을 원하는 구매 국가의 이익이 맞아떨어져 발생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지난 3년간 예산 1,200억달러를 삭감해 방산업체는 해외로 진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FT는 전했다. 개도국은 갈수록 자국 경제나 산업 발전에 대한 기여도를 따져 업체를 선정하는 추세라 이면거래의 중요성이 점점 커진다는 분석이다. 레이시언의 국제사업 책임자인 토머스 컬리건은 "미국과 유럽의 국방예산이 점점 줄어 회유거래는 계약 성사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회유거래를 하지 않는다면 국제시장에서 무기를 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유럽연합(EU),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투명성기구(TI)를 비롯한 관련 전문가들은 "회유거래 관행이 시장을 왜곡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무기를 구매하도록 하거나 부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그리스는 2010년 70개 이면거래가 불발됐고, 인도는 2005년부터 2013년 사이 18개의 이면거래 중 13개가 이행되지 않았다. 포르투갈 인도 오스트리아는 정치인과 방위업체간 부패 조사로 홍역을 치렀다. 특히 남아공은 1990년대 잠수함 항공기 군함을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 등에서 구매하면서 업체로부터 "일자리 6만5,000개 창출과 군장비 비용의 4배에 달하는 수익을 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말뿐이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남아공 정부 고위 관료와 정치인이 뇌물수수 혐의를 받았지만, 정부가 최종 조사에서 증거를 찾지 못해 결국 국민들만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