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몽골 게르촌 정비사업에 경북도가 해결사로 등장했다. 몽골 주민들이 초원의 게르(몽골 텐트) 생활을 접고 대도시로 몰리면서 주택난과 생활용수 부족, 공해 등 각종 사회문제로 골머리를 앓자 경북도가 대규모 임대주택건설 사업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연간 강수량이 250㎜를 밑돌아 식수조차 매일 배급을 받아야 하는 몽골은 게르촌 정비사업에 경북이 적극 나서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6일 오후 3시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 야르막 지역 용수공급 시설공사 현장. 울란바타르 시청에서 징기스칸 국제공항으로 통하는 국도를 타고 차량으로 20분 정도 이동, 도착한 야르막은 하루 2만톤 규모의 생활용수 공급을 위한 막바지 공사로 분주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발주로 시공사로 선정된 ㈜태영건설은 이미 러시아 바이칼호로 연결되는 투르강 바닥에 직경 6m나 되는 원통형 집수정을 뚫었다. 지하 35m 지점의 물을 2.2㎞ 떨어진 산 중턱으로 끌어올리고, 배수지에서 각 아파트 단지까지 공급하는 시스템 전반을 모의 점검하고 있었다. 10월 현재 공식 보고된 공정율은 80% 안팎에 불과하지만 마무리 공사에 해당하는 펌프실 등의 부품이 국내 제작된 뒤 선적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조립만 하면 연내 준공이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국내 공사현장에선 볼 수 없는 이색적인 광경이 목격됐다. 강바닥에 설계된 대형 펌프실 외벽에 1m는 족히 넘는 고강도 스티로폼을 덧댄 뒤 조심스레 상판 콘크리트 작업을 하는 동안 현장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콘크리트 양이 일정하게 타설되지 못할 경우 스티로폼이 밀리거나 파손되고, 동파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회사는 경비원 등 현지인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게르에다 국내에서 반입한 태양광 집전판을 세워 TV 등 전기시설을 쓰게 한 것이 알려지자 페이스북 등에 '기발한 아이디어 현장'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업장은 최근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협의 당시 야르막 뉴타운은 금년 말 준공키로 했으나 10월 현재 300만㎡나 되는 개발지가 토목공사와 구획정리만 끝내고 나무 전주만 세웠을 뿐 집단 주거시설에 대한 사업추진에 전혀 진척이 없는 것이었다. 생활용수 공급공사를 마쳐도 정상가동이 불가, 장기 방치에 따른 설비고장 등이 우려되고 있다. 투르강 바닥 지하 35m 지점에 설치한 집수정 유공관의 구멍은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미세한 토사에 막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 정용길 현장소장은 "몽골의 겨울 날씨가 영하 40℃ 아래로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보온작업 등에 특수공법을 도입했지만 아파트 입주가 되지 않을 경우 시설을 완공하고도 장기 방치에 따른 기계고장 등 우려되는 사항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가 대규모 임대주택 건립사업을 제안한 것이다. 몽골 측은 용수공급과 주택공급 모두 한국 기술로 진행되는데 긍정적인 입장이다.
바트울 울란바타르 시장은 5일 이재춘 건설도시방재국장을 단장으로 한 경북도 투자방문단과의 간담회에서"몽골의 최대 현안문제인 게르촌 정비사업에 경북도가 참여의사를 밝힌 데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며 "몽골에 생명수를 지원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기술진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울란바타르(몽골)=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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