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모(31)씨는 '포인트 족(族)'이다. 각 업체와 매장마다 포인트 적립제를 운용하고 있지만 한쪽으로 몰아야 효과가 높다는 게 그의 포인트 철학. 그는 롯데포인트에 올인하고 있다. 커피를 마셔도 이왕이면 엔제리너스에 가고, 영화관도 롯데시네마를 이용하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찾는다. 그는 "여러 포인트를 갖고 있어봤자 별 쓸모가 없다. 한쪽으로 몰면 사실상 목돈처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선택과 집중'의 포인트 활용법을 깨닫게 되면서, 업체들의 포인트전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빵집 커피 영화 쇼핑 등 각 분야에서 경쟁관계로 얽힌 롯데, CJ, SPC 등 '빅3'는 통합포인트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영역을 종횡무진 넓혀가고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통합포인트인 '롯데멤버스'회원은 현재 2,800만명. 이어 CJ그룹이 운영하는 통합포인트 'CJ ONE'회원은 1,500만명을 넘어섰고, SPC그룹의 '해피포인트'회원도 1,400만명에 이른다. 국민 2명 또는 3명중 한 명은 적어도 빅3 통합포인트를 한 개 이상 갖고 있는 셈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2006년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카드 등 5개사를 통합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38개 계열사 모든 곳에서 포인트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 쌓은 포인트를 롯데마트에서 쓰고, 롯데마트에서 쌓은 롯데시네마 영화관람에도 쓰는 식이다.
CJ그룹의 경우 2010년 CGV, CJ푸드빌, CJ오쇼핑 등 6개사의 16개 브랜드로 시작, 현재 10개사 30여개 브랜드로 포인트 활용처를 확장했다.
통합포인트 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SPC이다.2000년8월부터 파리바게트,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 계열 매장의 포인트를 합산하면서 통합포인트 시대의 막을 올렸다.
3사는 현재 거의 모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커피의 경우 롯데는 엔제리너스, CJ는 투썸플레이스, SPC는 파스쿠찌가 경합하고 있다. 영화관은 롯데의 롯데시네마와 CJ의 CGV가, 빵집은 SPC의 파리바게트와 CJ의 뚜레쥬르가 사실상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홈쇼핑에선 CJ의 CJ오쇼핑과 롯데는 롯데홈쇼핑이 경쟁관계이며 인터넷쇼핑몰에서도 양사는 맞붙고 있다.
3사의 이 같은 경쟁은 맛의 대결, 품질의 대결, 서비스 대결도 거세지만 포인트 싸움도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통합포인트를 활용하면, 커피고객을 영화관고객과 홈쇼핑고객으로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포인트마케팅은 충성도 높은 단골확보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포인트의 외연도 점점 넓어지는 추세다. CJ는 지난달부터 이마트와 손을 잡았는데, 이마트에서 CJ제일제당 제품을 사고 CJ ONE카드를 제시하면 1,000포인트 이상부터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고, 구매금액의 0.2%도 포인트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CJ는 이마트와 손잡음으로써 사실상 롯데마트와도 경쟁하는 관계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CJ, 롯데와 달리 영화관이 없는 SPC는 메가박스와 손을 잡았다. 해피포인트 카드를 제시하면 포인트차감 없이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1,000~1,500원 할인된 가격에 볼 수 있게 한 것. 이 제휴를 통해 SPC는 공백이던 영화관 부문에서 CJ 롯데와 경쟁할 수 있게 됐다.
SPC는 이 외에도 사용실적이 많을 수록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등급제를 도입, 고객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또 제휴를 통해 렌터카 등으로까지 포인트 적립 및 활용범위를 확대해가고 있다.
3사의 치열한 경쟁, 그리고 소비자들의 포인트 몰아주기 인식확산의 결과, 포인트 활용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2006년 33%에 불과하던 롯데포인트의 월 평균 소진율은 지난 해 98%를 기록했다. CJ포인트 역시 2011년 51%에 불과하던 소진율이 올 들어 80%까지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 신용카드 포인트의 유효기간이 5년인데 비해 포인트카드는 2년밖에 되지 않지만 소진율은 훨씬 높다"면서 "포인트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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