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와 기동성이 대폭 향상된 신형 박격포를 독자 개발하면서 군이 박격포 탑재 차량을 구형 장갑차로 결정해 세계적 추세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애초에 차륜(바퀴)형으로 결정했던 것을 3년 만에 궤도(캐터필러)형으로 뒤집은 것이어서 배경이 석연찮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군 소식통은 10일 "120㎜ 자주 박격포 개발 사업에 대해 지난달 합동참모본부가 탑재 차량 형태를 궤도형으로 최종 확정함에 따라 사업 추진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방위사업청이 최근 정책기획분과위원회 회의에 소요(所要) 결정 결과를 보고하고 체계 개발 기본 계획안을 작성 중"이라고 밝혔다. 방사청 관계자는 "올해 안에 공고를 내고 내년엔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20㎜ 자주 박격포 사업은 '정부 투자, 업체 주관' 방식의 국내 연구ㆍ개발을 통해 노후화한 기존 4.2인치(107㎜) 박격포를 신형 박격포로 대체하는 사업이다. 현재 육군이 운용 중인 60㎜(사거리 3.6㎞)와 81㎜(사거리 6.5㎞), 4.2인치(사거리 5.7㎞) 박격포는 사거리가 짧고 위력도 떨어지는 데다 신속한 이동이 어려워 지상 전력의 허점으로 꼽혀 왔다. 합참은 2007년 일찌감치 소요를 결정했고 2010년 방사청은 9년 간 예산 491억원을 투입해 2018년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사업 추진 기본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애초 기본전략에 차륜형 차체로 결정돼 있던 것을 2011년 합참이 궤도형으로 작전요구성능(ROC)을 수정하면서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논란이 불거져 정부는 지금까지 사업에 착수조차 못했다. 국내 방위산업체(현대위아)가 개발한 120㎜ 자주 박격포는 2009년 이미 출시됐고, 국회도 그 해 말부터 예산을 잡아 줬지만 합참은 2010~2012년 확보 예산 50억여원을 대부분 쓰지 못했다.
합참이 결국 스스로 결정을 뒤집어 궤도형으로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을 놓고 주변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합참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뒤 정부가 구성한 자문 기구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가 "차륜형이 비싸다"고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결정을 번복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장은 "기껏 개발한 신형 박격포를 낡은 장갑차에 탑재키로 한 것은 차륜형이 궤도형을 점차 대체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한심한 결정"이라며 "궤도형이 차륜형보다 도입 비용이 상대적으로 싼 장점이 있지만 수출이 어려운 건 물론 민간 인프라 활용도 곤란해 운영유지비가 더 많이 드는 등 단점이 뚜렷하고 소음마저 심해 도심에서 작전을 수행하기도 적절치 않은 만큼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궤도 차량 시장은 두산DST가 거의 독점하고 있어 이번 결정은 입찰 방식과 상관없이 특정 업체에 사업을 사실상 거저 주겠다는 얘기"라며 "결정을 재차 바꿀 경우 대규모 문책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실무자 사이에서 차륜형은 말도 못 꺼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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