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5S'와 '아이폰5C'가 광대역 LTE의 최고 속도를 지원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애플 본사가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의 보조금 지급마저 제한을 걸어 놓아 가격도 상당히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속도와 가격에 덜미가 잡히면서 국내에서 새 아이폰 돌풍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이탈리아 스페인 러시아 등 51개국을 아이폰5S와 아이폰5C의 2차 출시국으로 발표했다. 출시는 25일이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판매하며, LG유플러스는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가격은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구입할 경우 아이폰5S는 88만~114만원, 아이폰5C는 75만~88만원이다.
문제는 신형 아이폰들이 광대역 LTE에서 최고 속도인 150Mbps를 지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신형 아이폰에 탑재된 통신칩의 한계 때문이다. 신형 아이폰에 들어간 통신칩은 퀄컴의 MDM9615M인데, 이 칩은 LTE-A를 지원하지 못하며 광대역LTE 에서도 최대 속도가 100Mbps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최대 속도 150Mbps를 지원하는 퀄컴의 통신칩 스냅드래곤800이나 MDM9625를 탑재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4 LTE-A' '갤럭시노트3' ▦LG전자의 'G2' ▦팬택의 '베가 시크릿노트'보다 무선인터넷 속도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많이 몰리는 낮에는 신형 아이폰이나 국내 광대역 LTE 스마트폰들이 별 차이 없겠지만 이용자가 적은 밤 또는 새벽 시간에 속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150Mbps를 지원하지 않은 건 세계시장을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에서 LTE-A나 광대역 LTE를 쓰는 나라가 거의 없다"며 "애플 입장에서 150Mbps 통신칩을 장착하는 것이 지나친 고사양(오버스펙)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이동통신사마다 '2배 빠른 LTE''황금주파수의 광대역 LTE'를 부르짖는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누릴 수 없는 스마트폰은 가입자유치에 제한이 된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최고 속도가 나오지 않으니 빠른 광대역 LTE폰으로 내놓기 힘들다"며 "신형 아이폰은 주무기가 될 수 없고 아이폰 선호가들을 위한 측면 지원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신형 아이폰은 가격매력도 적다. 애플이 국내 이동통신사들에게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프리미엄 브랜드 유지를 위한 가격방어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에서 신형 아이폰에 10만원 초반대의 기본 보조금과 2년 약정시 적용되는 요금 할인 외에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한다"며 "이 경우 16기가(GB) 용량의 신형 아이폰은 20만~30만원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NTT도코모, 소프트뱅크모바일, KDDI 등에서 신형 아이폰을 2년 약정으로 구입하면 공짜로 주거나 10만원 상당의 현금 포인트를 지급해 사실상 마이너스폰이 됐다. 미국도 월마트에서 2년 약정시 아이폰5C를 99달러에 판매한다.
현재 같은 조건에서 국산 스마트폰들은 실제 가격이 10만원대까지 내려온 상태라, 가격경쟁력에서도 아이폰이 밀릴 것이란 분석이다. 그만큼 신형 아이폰은 속도와 가격 등 두 가지 경쟁 요소에서 힘겨운 싸움이 될 전망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속도 뿐 아니라 가격에서도 신형 아이폰이 불리한 상황"이라며 "추가 보조금 지급 여부는 애플과 지속적인 협의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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