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 등이 투기등급의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 1조9,000억원을 판매한 데 이어 계열 대부업체인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실행한 대출잔액의 84%가 개인이 아닌 계열사 대출로 밝혀졌다.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가 진행되면 어떤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일이 드러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동양그룹 사태는 오너 일가의 무능과 부도덕만이 아니라 이들의 잘못을 감시하고 저지할 수 있는 제도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 내부에서 금산분리 강화를 비롯한 경제민주화 실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당초 경제민주화 논의가 제기된 것도 대기업의 선의에만 의존하기에는 경제현실이 너무 척박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계열금융사의 사금고화, 계열사 밀어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골목상권 침해 등 대기업의 탐욕과 횡포가 지나쳐 이를 방치할 경우 경제정의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경제의 경쟁력과 잠재력마저 상실될 우려가 제기됐던 것이다.
그러나 대선 이후 경기회복 지연이 우려되면서 박근혜 정부는 기업의 동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경제민주화 추진 속도를 늦췄다. 물론 재벌의 경영권 문제라든지 외국자본의 금융업 장악 우려가 현실적인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동양그룹 사태는 그런 우려보다 재벌의 무분별한 확장과 무책임한 경영으로 인한 피해가 훨씬 막대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구체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 따르면 금산분리를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고, 은행과 저축은행에만 시행하는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카드, 보험사에도 시행하며 금융ㆍ보험사의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상한을 엄격하게 정하겠다는 쪽으로 논의되는 모양이다. 민주당은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이 강화된 감독체계 개편, 투자자보호 제도 도입, 차명계좌 근절을 비롯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 법안도 처리하겠다는 복안인 듯하다. 그 동안 이런 논의가 수없이 전개됐지만, 막상 법은 이것 저것 다 빼고 껍데기만 남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그렇게 된다면 제2, 제3의 동양그룹 사태가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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