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노동자를 집단 해고하기 쉬운 국가로 꼽혔다.
은수미(민주당) 의원실은 10일 이 같은 내용의 한국노동연구원 용역보고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관련 국제적 흐름'을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집단 해고에 대한 고용보호입법지수는 약 1.9점으로 OECD 국가(평균 2.88점) 중 핀란드에 이어 두 번째(이스라엘과 공동)로 낮았다. 지수가 낮을수록 집단해고가 쉽다는 뜻이다.
고용보호입법지수는 OECD가 5년마다 공개하며, 집단 해고에 대해서는 정부의 추가 규제가 있는지,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 및 행정기관에 통지 의무가 있는지, 추가 해고수당 및 사회적 보상계획이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때 해고 50일 전 노조나 근로자대표에게 통보하고, 일정 규모 이상을 해고하려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신고하지 않더라도 해고는 유효하며,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의 4가지 요건(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해고 회피 노력, 해고 대상자 선별의 합리ㆍ공정성, 근로자 측과 성실한 사전 협의)을 모두 갖추지 않아도 정리해고를 인정해주고 있다. 집단 해고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거의 없는데다 있는 법마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면 독일의 경우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해고회피 노력을 다 하지 않거나 대상자 선정에 문제가 있으면 해고가 무효가 된다. 보고서에서 독일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등은 집단해고에 대한 고용보호가 가장 두터운 나라로 올랐다.
한국의 개별 해고, 기간제 파견 등 임시 노동자 해고에 대한 보호 수준은 OECD 평균을 약간 상회했다. 전체 해고에 대한 고용보호입법지수는 약 2.1점(OECD 평균 2.28점)으로 OECD 국가 중 13번째로 해고에 대한 보호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수미 의원은 "집단 해고가 세계 두 번째로 쉽다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근로할 권리'를 형해화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정리해고 관련 법ㆍ제도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현 정부의 고용불안 완화 약속은 결코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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