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실료는 선택진료비, 간병비와 함께 환자들의 병원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범으로 꼽혀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보장 공약을 내놓고 정작 '3대 비급여'는 제외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불거지자 복지부가 국민행복의료기획단에 보완책을 마련토록 하면서 가장 먼저 상급병실료 개선안부터 나왔다.
대형병원만 개선 VS 4인실 일반병실로
기획단이 내놓은 1안은 상급종합병원(300병상 이상)에서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일반병실 비중을 75%로 높이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실 비중(64.9%)은 종합병원(200~299병상ㆍ72.6%)이나 병원(100병상 미만ㆍ77.8%)보다 훨씬 낮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5대 대학병원(빅 5)의 경우 2인실까지, 그밖의 상급종합병원은 3인실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75% 기준을 맞출 수 있다.
2안은 빅 5는 2인실까지, 다른 상급종합병원은 3인실까지, 종합병원ㆍ병원은 4인실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이다. 1안이 43개 상급종합병원만 개선하는 방안이라면 2안은 보다 광범위한 제도 개선책으로 건보 적용 기준이 6인실에서 4인실로 바뀐다는 상징성이 있다. 하지만 1안보다 소요 재원(약 2,000억원)이 2배 이상이 된다.
1안의 경우 2인실 혹은 3인실의 수가는 현재 6인실 수가(4만8,000원)의 2배를 넘지 않도록 할 계획인데 이 경우 본인 부담금은 2만9,000(3인실)~3만8,000원(2인실)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안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상급병실료 평균으로 기준수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환자는 2만5,000(3인실)~5만4,000원(2인실)만 내면 된다. 현재 빅 5 병원에서 2인실에 입원하려면 최대 하루 22만원, 3인실에 입원하려면 14만원을 내는 것에 비해 자기부담금이 최대 6분의 1로 줄어든다.
대형병원은 반발, 정교한 보완책 마련돼야
대형병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건강보험 수가가 기존 상급병실료에 못 미칠 것이 뻔해 경영에 어려움을 준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진료나 처치의 수가가 실제 인건비나 재료비의 74% 수준이고 현재 일반병실의 수가는 이에도 못 미친다"며 "전체 병상의 40%가 넘는 상급병실을 급여화하려면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가를 책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상급병실료나 선택진료비는 저수가를 보전하기 위해 정부가 사실상 묵인해왔던 제도"라며 "상반기에만 19개 대형병원이 적자를 본 상황에서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어떤 안을 채택하건 재정적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정교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박수경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진흥팀장은 "병실 배정이 의료적 필요성보다 환자의 선택에 이뤄지는 측면이 있는데 일반병상을 확대할 경우 대형병원에만 쏠릴 수 있다"며 "숫자를 늘리기에 앞서 병실에 대한 엄격한 원가분석, 병실의 질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건강보험을 적용할 때 시장의 평균가격을 도입하면 낮은 상급병실료를 받던 병원이 오히려 높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다"며 "병원뿐 아니라 병실의 등급도 판별해야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적극 찬성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다른 사람이 일반병실에 들어가는 순서를 새치기한다는 불신도 크다"며 "병원의 실시간 병상정보 공개 등 정보투명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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