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업체 A사는 올 초 태풍과 폭우에 대비한 재물보험에 가입했다. 연간 일 평균 일사량이 기준(3.3㎾h/㎡) 밑으로 떨어지면 1억원 가량의 보험금을 지급받는 상품이다. 날씨가 흐려 태양광발전소가 입을 수 있는 매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상 고온과 폭우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가 잦아지면서 보험사들의 손실이 2030년에는 3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보험사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보험상품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변지석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연구원은 10일 열린 '보험산업의 기후변화 영향 및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2030년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보험업계의 손실 규모가 재물보험은 연간 1조원, 질병보험은 연간 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보다 약 10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변 연구원은 기후변화 중에서도 폭풍과 홍수에 따른 자연재해 발생 빈도가 1980년대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집중호우 등으로 강수량도 10년 전에 비해 10% 이상 증가하는 등 이상 기후가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대비 차원에서 몇 년 전부터 날씨보험을 출시했다. 기온이나 일조량, 강우량 등이 평균 범위를 벗어나서 피해를 입으면 이를 보상해 주거나(재물보험), 기후변화로 인한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질환 등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식(질병보험)이다.
예컨대 여름 기간 서울지역을 기준으로 최고 30도 이상인 날이 12일 미만으로 비교적 서늘하면 에어컨 판매업체에 보험금을 제공한다. 또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하는 제과업체가 보험에 가입하면 8월 평균 기온이 25도 이하여서 장사가 잘 안됐을 경우 보험금을 타게 된다. 놀이동산 등 야외레저업체는 8월 하루에 비가 4㎜이상 온 날 수가 15일 이상으로 손님이 줄어 영업에 타격을 입으면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정작 해당 기업들이 꺼린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힘든데다 기후 관련 보험가입에 대한 인식이 저조한 탓이다. 신동호 상명대 리스크관리보험학과 교수는 "세계 자연재해보험 보상률은 26.8%로 높은 편이지만 한국의 경우 3.5%에 불과하다"며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자연재해 대비용 의무보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얕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규제도 걸림돌이다. 외부요인 없이 기후에만 한정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위험 요소가 따른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보험설계 및 판매와 관련해 규정이 엄격하다 보니 관련 상품개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향후 날씨로 인한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을 대비해 다양한 상품판매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홍규 교통기후환경연구소 팀장도 "보험사들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선물이나 옵션 등 날씨파생상품 판매가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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