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는 '파주북소리' 축제가 열리고 있는 출판도시를 10개월여 만에 방문했다. 그곳에서 용무가 있었던 지인과 함께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파주출판도시는 몇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식당과 커피숍, 상점 같은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고 복합쇼핑몰도 들어서 있었다. 많은 이들이 행락객 차림으로 출판사들의 부스를 둘러보며 휴일의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눈에는 출판도시 특유의 어떤 문기(文氣)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았다. 건축의 종합 전시장 같은, 국내외의 일급 건축가들이 설계한 멋드러진 출판사 사옥들이 서로 견주듯 서 있었지만 그것에서 어떤 의고한 기품 같은 것은 찾아지지 않았다. 왜 그랬던 것일까. 15년 차 편집자인 나는 사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출판업의 종합 클러스터인 파주출판도시에서 단 한 번도 근무를 해본 적이 없다. 출판사를 택할 때 반드시 서울에서 근무하는 조건을 전제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출판도시가 만들어진 것이 주사용자인 직원들의 뜻이 아니라 몇몇 유력한 출판사 오너들의 판단에 의한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권리는 사실상 완전히 무시되었다. 초창기에 그곳에서 근무했던 선후배 동료들의 말을 들어보면, 애로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하지만, 그것이 개선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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