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각 지방 정부에서 경쟁하듯 시작한 '영어마을'이 적자를 견디지 못해 줄줄이 폐쇄 중이라고 한다. 외견상 수요 예측 실패나 적은 수강료 때문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실패의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프로그램을 몇 주간 이수해도 영어가 향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어민을 구경하고 몇 마디 던지는 것은 몸으로 배우는 체득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실패는 필연이었다.
한 가지 예로 발음(pronunciation)을 보자. 어떤 발음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시행처나 교육자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고 과정의 시행에만 급급했다. 과거에는 영국 발음이냐 미국 발음이냐의 논쟁도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적 영어(global Enlgish)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의사 소통이 목표인 한국인에게 '말하기(speaking)'라는 기능을 교과 과정이나 교실 안의 특별 활동으로 메우려는 의도 자체가 문제였던 것이다. 발음에는 '좋은 발음'도 있고 '나쁜 발음'도 있으며 '통하는 발음'도 있고 '통하지 않는 발음'도 있다. 한국인에게 절실한 것은 영어를 말했을 때 원어민이 알아듣고 소통이 되는 것이다. 원어민 교사의 본토 발음도 좋지만 필리핀이나 인도처럼 발음이 형편없는 경우에도 의사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만6세 이전에 체득하지 못한 외국어 발음은 평생을 공부해도 원어민 발음이 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해서 '소통 가능한 영어'를 목표로 삼았어야 한다. 과거 대영제국의 영어가 규칙과 문법에 중점을 둔 것이라면 현대 영어에서는 완벽한 발음이 아니라 '통할 수 있는 발음(comfortably intelligible pronunciation, Kenworthy, 1996)'이나 '호환성 위주의 발음(compatible pronunciation)'이다.
소통의 발음을 위해서는 초급 속도인 1분당 100단어 미만과 중급의 150단어, 상급의 200단어 같은 구분은 중요한 게 아니다. 빠른 말하기가 유창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UN회의에서는 1분당 100단어 미만의 초급 속도가 대부분이고 그 발성 또한 기교보다는 순박한 발음이 훨씬 많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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