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하지만 딱히 대응하기도 그렇고."
정부 관계자는 9일 북한 영변의 원자로 재가동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날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 답변을 통해 "5MW급 원자로가 8월 말부터 재가동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과거 핵실험 때처럼 대북제재나 안보리 결의안을 채택하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간 영변 원자로 재가동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사태"라고 우려하면서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한발 비켜나 있었다. 하지만 남 원장의 '깜짝' 발언으로 이 같은 모호한 입장을 고수하기 어렵게 됐다. 일각에서는 원자로 재가동 시점 이후 공식 확인까지 한달 여가 지난 것을 두고 "정부의 정보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영변 원자로 재가동은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안보리는 2006년과 2009년 1ㆍ2차 핵실험 직후 결의안 1718호, 1874호를 채택해 북한의 모든 핵 활동을 금지했다. 특히 북한은 영변에 추가로 건설 중인 25~30MW급 원자로를 내년 초쯤 가동할 것으로 알려져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핵실험에 비하면 원자로 재가동은 위협의 수준이 낮다. 이로 인해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이 문제를 안보리에 바로 회부했다가 외교적 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추가 제재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지난 2월 3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안보리 결의 2094호가 대북제재의 강도를 상당히 높였기 때문이다. 북한이 원자로 재가동을 공식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유엔 회원국들을 설득할 충분한 증거를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국제사회가 영변의 핵 활동을 주시해왔지만, 안보리가 당장 나서야 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 변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이 문제를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서 다루는 것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조사 결과를 근거로 대북제재의 범위를 넓히면 우회적으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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