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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0월 10일] 핵 비확산의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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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0월 10일] 핵 비확산의 빈곤

입력
2013.10.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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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는 최고 안보이슈로서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이다. 그런데 북핵에 대한 일부 주장과 보도는 일반적인 핵비확산 국제규범과 상식에서 벗어난다. 특히 일부는 국민의 관심을 끌고 감정적 반응을 촉발하는데 성공하지만 소모적 논쟁을 초래하거나 심지어 국익을 해치기도 한다.

최근 미 백악관 관리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발언하자, 국내 언론은 즉각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의 북핵정책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어 미 백악관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고, '핵보유국' 사건은 잠시 휴면상태에 빠졌다.

여기서 우리는 북한의 핵보유에 대한 사실적 기술과 '핵보유국' 지위 문제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경찰관이 "인질범이 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언한다고 하여, 인질범의 총보유가 결코 정당화 되지도 합법화 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경찰관의 "총 보유" 발언은 인질사건의 불량성과 심각성을 부각하고, 사건의 시급하고 신중한 해결을 촉구하는 효과가 있다. 또 미 정부인사나 정부문서가 북한 핵보유를 언급한다면, 이는 북핵을 인정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점차 잊혀지는 북핵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는 것으로 오히려 환영할만하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나 미 비확산법을 들여다보면, 미국이 북한에 핵국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NPT 체제에 따르면, '핵국'은 1967년 이전에 핵무기를 보유하여, 합법적 핵국 지위를 부여 받은 국가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만이 이에 해당된다. 1995년 NPT가 영구 연장되었기 때문에 5개국 이외 누구도 '핵국'이 될 수 없다.

미 정부만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 2005년 9ㆍ19 6자 공동성명은 북한이 "핵무기와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9ㆍ19 공동성명도 북한의 핵무기 제조와 보유를 인정한 셈이다. 주목할 것은 보유와 합법화 대상으로 핵무기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 포기와 폐기의 대상으로서 핵무기를 인지했다는 점이다.

미 정부가 "북핵 폐기를 위한 비핵화를 포기하고 해외이전 중단을 위한 비확산만을 추구"한다는 비판도 있다. 종종 이 비판은 "북한이 해외 핵 이전을 중단하는 대신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한다"는 억지 주장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이것도 미국의 뿌리 깊고 강력한 핵비확산 법령과 정책을 감안할 때 불가능하다. 북핵 폐기는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가 간절히 바라지만 단지 성과를 내지 못할 뿐이다. 한편, 북한 핵무기의 해외이전을 차단하는 것은 수출통제 국제레짐, 확산방지구상(PSI) 등 정책수단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용어의 차이도 오해를 초래한다. 우리는 핵 폐기를 '비핵화', 해외이전 차단을 '핵비확산'이라고 구분한다. 그런데 국제사회와 미국에서는 '핵비확산'이 핵 폐기와 핵 이전금지를 모두 포함하며, '비핵화'란 용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 인사가 '핵비확산'을 언급할 때 이는 당연히 핵 폐기도 포함한다고 이해하고 시비할 필요가 없다.

북핵에 대한 대응책으로 제기되는 핵무장론은 소모적 논쟁일 뿐 아니라 국익을 해친다. 현 비확산 국제체제 하에서 핵무장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며,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우리 원전을 위한 핵연료 수입, UAE에 대한 원전수출 등 원자력수출입이 즉각 중단될 뿐 아니라, 일반 통상도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핵무장론은 그 주장만으로도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협상에 악영향을 미치고, 한국의 국제적 신인도를 해친다.

상기의 소모적 논쟁을 불식할 뿐 아니라, 세계적 중견국, 원자력수출국, 한미 전략동맹의 글로벌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위해서 핵비확산 역량이 확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외교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비확산 조직을 선진국 형으로 확대하고, 비확산연구센터를 설립하여 비확산 지식을 축적하고, 비확산 국민교육을 통해 비확산 문화를 정착시킬 것을 제안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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