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부터 속이 불편함을 느껴 병원을 찾은 A(64)씨는 검사 결과 말기 위암 진단을 받았다. 암은 이미 간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의료진은 항암 치료가 무의미하다며 호스피스를 권했지만 환자와 가족들은 치료를 요구, 의료진은 환자에게 고가의 표적항암제를 투여했고 환자는 10일 만에 숨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말기 암환자들이 사망 3개월 전까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각종 진단과 항암 치료 등을 하면서 지불하는 건강보험 의료비가 2010년 기준 7,012억원으로 사망 전 1년간 쓰는 의료비(1조3,922억원)의 50.4%에 달한다. 특히 사망 전 한 달 동안 쓴 의료비 지출은 3,642억원으로 사망 2개월 전~1개월 전의 한 달 동안 쓴 의료비 1,943억원보다 2배로 급등하며 최고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기 암환자의 의료비는 외국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말기 암환자의 사망 2주 전 항암제 사용 비율이 23.8%인 반면 미국은 10~15%, 캐나다는 2.9%다. 사망 한 달 전 병원에 입원한 환자도 우리나라는 86.6%인 반면 미국은 8%, 캐나다는 7.5%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이런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발생하는 말기 암환자들의 고통과 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자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률을 현재 11.9%에서 2020년까지 20%로 확대하겠다고 9일 밝혔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상급종합·종합병원을 중심으로 가정호스피스완화의료와 호스피스완화의료팀(PCT)을 설치, 제도화하기로 했다. 완화의료 전문기관의 병상도 현재 880개에서 1,400개로 확대한다.
전문가들은 담당 간호사가 환자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통증 관리를 하도록 한 가정호스피스완화의료 도입에 주목하고 있다. 제도가 정착하면 탈수가 빈번한 말기 암환자들이 단지 수액을 맞기 위해 응급실을 찾는 등 단순 처치를 위한 내원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응급실을 이용하는 말기 암환자는 사망 3개월 전 1만681명, 2개월 전 1만5,247명, 한 달 전 2만9,301명으로 임종이 가까워 올수록 급증한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1년에 암 환자로 사망하는 7만3,000명 가운데 10%가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고통스럽게 사망하고 있다”며 “가정호스피스완화의료가 활성화되면 환자의 고통도 줄여주고 가족들의 간병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가정호스피스완화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는 또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로 구성된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이 병원 현장에서 말기암 환자들을 호스피스완화의료로 유입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은 환자에게 지역의 완화 의료 전문 기관을 소개하거나 상담을 하는 일을 맡는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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