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전표를 수거할 필요 없는 무서명거래와 전자서명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혀 매출전표 매입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결제대행업체인 부가가치통신망(VANㆍ밴)사와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여신금융협회는 9일 "무서명거래와 전자서명서비스 가맹점 확대로 비용절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업계로서는 무서명거래를 확대하면 카드결재 시 결제 소요시간을 줄이고 전표 수거 업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전자서명서비스도 전산으로 전표를 전송하는 방식이어서 밴 사의 종이 전표 매입 수거 업무가 줄어들게 된다.
현행법상 '신용카드 거래 시 반드시 본인 확인을 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감독규정에는 5만원 이하 거래에 대해 생략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이를 근거로 대형할인점과 커피전문점 등에서는 5만원 이하 무서명거래 등을 시행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이 서비스를 확대하면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밴 사측은 카드업계가 전표 매입 업무를 축소하는 것은 '밴사 죽이기'나 마찬가지라고 항의했다. 밴 사의 전표 매입 업무는 전체 수입의 60%를 차지한다. 엄기형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 회장은 "카드사들의 논리 대로 무서명거래를 확대하면 카드 본인 확인이 안돼 카드관련 분쟁이 늘어날 것"이라며 "카드사가 밴 사에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단말기 관리 비용 등이 영세가맹점으로 전가된다"고 우려했다. 박성원 한국신용카드밴협회 사무국장도 "아직 금융당국의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전표수거를 제외하는 건 밴 사들에 죽으라는 얘기다"고 반발했다.
여신협회는 이달 말 KDI에 맡긴 연구용역의 최종 결과를 토대로 밴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발표한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