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무원 사회의 폐쇄성이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9일 공개한 '공직부패 축소를 위한 공직임용제도의 개방성 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 임용제도가 폐쇄적인 국가일수록 공직부패 정도가 심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선진국에 비해 공직임용 폐쇄성(6.07)이 높았고, 반면 반(反)부패지수(3.67)는 매우 낮았다. 이런 상관성은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는데, 공직임용 구조가 폐쇄적인 국가일수록 공공부문의 뇌물 수수 및 부패가 억제되는 수준을 나타내는 '반부패지수'(국제경영개발원ㆍIMD)와 국가의 총체적 청렴도를 나타내는 '국가청렴지수'(국제투명성기구ㆍTI)가 모두 나빠졌다. 또한 '정부지출의 효율성'(세계경제포럼ㆍWEF)과 '부패억제지수'(세계은행ㆍWB) 역시 공직임용이 폐쇄적일수록 악화됐다.
김재훈ㆍ이호준 KDI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저축은행 부실 관련 비리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감독기관 출신 공직자의 재취업 및 이를 통한 불법 로비행위가 주목된다"며 "국가기관에 대한 로비창구로 퇴임공직자가 활용되는 근본 원인은 폐쇄적 인사구조를 바탕으로 한 전임자와 후임자 간의 긴밀한 인맥관계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가 부패문제 해결을 위해 공직자 퇴임 후 재취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 대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퇴임 전 재취업 제한이 없는 부서로 일정 기간 옮겼다 퇴직하거나 재취업 제한이 없는 다른 계열사로 취업하는 식의 편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직자 재취업과 관련된 부패 문제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부처별 개방형 공직임용과 민간 경력채용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 공직임용 개방성 정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478)에 못 미치는 0.392(17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폐쇄성을 개선하기 위해 2000년부터 고위공직자(중앙부처 실ㆍ국장급)의 20%를 민간에서 채용하는 개방형 임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 고위공무원단(1~3급) 1,126명 중 외부에서 임용된 사람은 7.8%(88명)에 불과했다.
두 연구위원은 개방형 직위를 부처가 자율적으로 지정하도록 하면서 중요성이 떨어지는 직위로 치중되는 점이 개방형 임용제가 정착하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보직이 기간 계약직이고, 임금 수준이 민간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사유로 꼽았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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