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화학상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마틴 카플러스(83)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마이클 레빗(66) 미국 스탠포드의대 교수, 이스라엘 출신의 아리에 워셸(73)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등 3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실제 실험이 아닌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이론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든 업적을 인정 받았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수상자들 덕분에 "화학이 전통적인 실험실에서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연계와 산업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화학반응은 분자나 원자 수준에서 크고 작은 수많은 복잡한 변화를 거쳐 이뤄진다. 그 변화들을 정확히 이해해야 신약처럼 유용한 물질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약품이나 기구 등을 이용해 하는 실험으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는 수많은 변화를 일일이 알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화학자들이 컴퓨터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수상자 중 가장 연로한 카플러스 교수는 계산화학(이론화학) 분야의 대가로 꼽힌다. 분자와 원자의 구조, 움직임, 상호작용 등을 계산할 수 있는 이론(함수)을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화학반응을 분석하고 화학 구조를 밝혀낼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CHARMM)을 20여 년에 걸쳐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화학자들이 활용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이상엽 서울대 교수와 원영도 한양대 교수 등 카플러스 교수와 함께 연구한 화학자들이 많이 활동 중이다.
세상이 발전하면서 점점 더 덩치가 큰 화학물질, 더 복잡한 화학반응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예를 들어 새로운 약이나 촉매를 개발하려면 약이 체내 단백질과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촉매가 다른 화학물질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 레빗과 워셸 교수는 이처럼 다양한 화학반응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컴퓨터로 추적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제시했다. 특히 워셸 교수는 카플러스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 노벨상을 받은 셈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이론화학 분야의 수상은 뜻밖"이라면서도 "화학 연구의 최신 흐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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