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주민들은 미군기지 문제가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지는 게 가장 두렵습니다."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했던 대추리 사람들이 이주한 경기 평택시 팽성읍 노와리의 '평화마을 대추리'. 마을 입구 평택평화센터에서 만난 강상원 센터장은 "정부 계획대로 2016년까지 모든 미군부대가 평택으로 옮겨오면 환경오염, 강력범죄 등 미군 문제에 대한 관심은 평택 만의 문제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택 미군기지 문제도 잊혀져 가는 상황에서 미군 문제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평택에 대한 관심은 몇 년 전 만해도 굉장했다. 2004년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이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막기 위해 미군기지 인근 땅을 구매하는 평화지주운동을 벌였고, 문화예술인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대추리는 평화예술마을로 떠올랐지만 이젠 지난 이야기일 뿐이다. 강 센터장은 "대추리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지만 사람들은 이제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한숨지었다.
평택 시민들은 스스로 팔을 걷고 나섰다. 외부의 관심과 도움만 바랄 수는 없기 때문이다. 8월부터 평택시민 200여명이 미군 문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회사원부터 농민까지 직업도 다양하다. 이들은 우선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부터 집중 해부하고 있다. 환경 문제, 형사사건 등 다양한 문제들을 공부한 뒤 어려운 조항들을 쉽게 풀어 쓴 해설서도 만들기로 했다. 강 센터장은 "우리 스스로 미군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이 땅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평택=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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