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국회가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정(UA)을 비준할 당시 평택 미군기지 완공 시기는 2008년 말이었다. 그러나 2006년 '대추리 사태' 이후 2012년 말로 연기됐고, 지금은 2016년으로 늦춰졌다. 당초 계획과 무려 8년의 간극이 생긴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8일 국방부 주한 미군기지 이전사업단은 부지매입 단계에서 발생한 대추리 사태 등 주민들과의 갈등을 주된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미국 정부의 재정난을 중요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를 비롯, 전국 35개 미군기지와 훈련장 등을 평택 미군기지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6조원. UA에 따라 우리 정부는 8조8,000억원, 미국은 7조2,000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미국 정부는 국방비 삭감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7조2,000억원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란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인 우리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을 미군기지 이전에 사용하고 있다. 북핵 위협 등을 이유로 미국은 내년 우리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을 올해(8,695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늘어난 1조원으로 책정했다.
외교부, 국방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미군은 방위비 분담금 전용이 이미 합의된 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공식 합의한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을 기지 이전에 사용하면 당초 미국이 내기로 한 이전 비용의 상당 부분을 우리가 부담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군은 주한미군 가족들이 사용할 숙박시설을 기지 안에 지어달라고 요구하는 등 그동안 우리 정부와 사업비용, 공사기간 등을 놓고 수 차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까닭에 2007년 11월 기공식 후 예정됐던 2012년 말 기지 이전 완료는 또 3년 이상 지연됐다. 평택미군기지는 올해 들어서야 겨우 부지 정리와 도로, 상하수도 등 외부 기반시설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기지 안 건설사업 57개 중 35개는 이제 착공할 예정이다.
이전사업단은 "4만여명이 거주하는 새로운 도시가 조성되면 낙후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장밋빛 전망을 믿는 평택 주민은 많지 않다. 캠프 험프리 인근의 한 주민은 "땅값 폭등, 강제 이주 등을 겪은 기지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냥 기다린 시간이 아니라 고통의 시간"이라며 "조금이라도 짧게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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