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부실화와 법정관리 신청과정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이 김철(39ㆍ사진)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다. 30대 젊은 나이, 예술종합학교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 외에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그가 동양그룹의 핵심 실세란 소문이 퍼지면서, 그를 둘러싼 의혹과 궁금증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의혹이 커지자 김 대표는 8일 입장자료를 내고 갖가지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자신은 결코 그룹 실세가 아니며, 주요 의사결정에 간여하지 않았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에 대해 그룹 내부에서 조차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내용들뿐"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김 대표와 관련한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우선 '실세설'에 대해 "다른 임원과 생긴 갈등에 따른 오해"라며 "그룹의 전반적 구조조정 계획과 실행은 현재현 회장, 그리고 전략기획본부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비교적 우량계열사였던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은 현 회장 측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꼼수'이며, 이를 김 대표가 주도했다는 의심도 제기되는 상황. 이에 대해 그는 "법정관리신청 전날 동양시멘트 재무팀장의 자금요청을 받고서야 부도에 직면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부도와 상장폐지 등을 면하려는 동양시멘트 경영진의 판단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는 또, 회사의 사활을 걸었던 동양매직 매각을 무산시켰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룹 안팎에선 "교원그룹과 매각협상이 잘 진행되는 와중에 김 대표가 갑자기 새 인수자와 협상을 주장해 모든 게 무산됐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동양매직은 ㈜동양이 소유하고 있어 동양네트웍스와 본인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입사과정을 둘러싼 의혹도 있다. 원래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하던 그는 2008년 동양그룹 내 핵심요직인 구매총괄본부장으로 전격 영입됐다. 현 회장의 부인 이혜경 부회장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왔다는 게 그룹 인사들의 전언이다. 김 대표는 "뉴미디어 사업부문을 맡았던 포커스신문사 행사에서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이 부회장을 처음 만나 입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당수 그룹 관계자들은 이날 김 대표의 해명을 두고 '면피성 거짓말'로 가득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현직 임원은 "동양그룹 해체를 야기한 주범이면서도 자신은 최근 일련의 사태와 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 자료를 보곤 기가 찼다"며 "예를 들어 동양시멘트 법정관리의 경우, 전략기획본부가 전혀 모르는 일이었는데 김 대표가 비선으로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또, 최근 1년 여 동안 동양그룹 안에서 발생한 최종수익자가 불분명한 거래에 김 대표가 관여했다는 정황들도 나타나고 있고, 동양그룹측이 법정관리 후에도 그를 동양 네트웍스 관리인으로 그대로 유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점 등으로 미뤄 그가 '보통 이상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농후하다. 특히 현 회장 '가족회사'인 동양네트웍스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오너일가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건 부인키 어렵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