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비용이 없는 이들을 위해 소송을 대행하는 법률구제센터가 기초생활수급자 할머니에게 수백만원을 뜯어내고 법적 도움은 주지 않아 경찰이 사기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기 여주군 이모(73)씨는 지난해 4월 초 서울 서초동의 한 법률구제센터를 찾았다. 돈 없는 사람을 위해 소송 비용 등을 대신 내주고 승소하면 배상금액의 일부를 가져간다는 안내문을 보고서였다. 그는 서울시를 상대로 구로구 땅 700평에 대한 소유권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려고 도움의 손길을 청했다.
그러나 센터장 남모(61)씨는 이씨와 상담 후 대뜸 550만원을 요구했다. 여러 사람이 참여해 돈이 든다는 이유였다. "당장 돈이 없어서 왔다"는 이씨의 말에 그는 묵묵부답이었고 이씨는 한달 동안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려 소송 비용을 건넸다. 이씨는 "센터장이 수수료 명목으로 50만원을 빼고 500만원만 영수증으로 썼다"고 말했다. 이어 "상담 때는 승소하면 찾은 땅의 30%를 달라고 요구했었지만 나중에는 절반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소송 과정에서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씨에 따르면 그의 변호인은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지만 올해 6월 중순 선고가 날 때까지 이씨에게 소장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앞서 3월 법정 조정에선 술 냄새를 풍기면서 말 한마디 없이 퇴장했다. 또 이씨가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결정적 자료를 건넸음에도 변호인은 이를 부정했다고 이씨는 말했다. 이씨는 패소했고,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변호인은 항소 절차를 밟지 않았다. 그 탓에 소송비용 340여만원도 할머니 몫이 됐다.
이씨는 "기독교총연합에서 운영한다더니 그것도 아니더라"며 "법률구제센터가 내 반평생 한을 풀어줄 거라 기대했는데 마지막 희망도 앗아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1979년 3월 서울 구로구 일대 땅 3,000여평을 샀다가 사기를 당해 한 건설사에 땅을 빼앗긴 이씨는 30년 넘게 땅을 되찾기 위한 힘겨운 법정다툼을 하느라 재산도 다 잃고 월 13만원짜리 방 한 칸에 의지하는 처지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남씨 등 2명에 대해 사기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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