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수몰사고, 방화대교 접속도로 붕괴사고 등 지난 여름 잇따라 발생한 안전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서울시가 '공사장 안전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8일 발표했다. 공사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안전 관행을 확립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지만 기존 책임감리제를 보완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시는 이날 책임감리제를 전면 개편하는 대신, 감리단에게만 맡겨뒀던 공사현장 '시공계획서'와 '시공상세도' 작성 여부를 공무원이 직접 확인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책임감리제란 공사를 발주한 공공기관이 현장 관리감독권을 민간 전문업체에 맡겨 전적으로 책임지게 하는 제도로 1994년부터 시행돼 왔다. 하지만 이 때문에 안전사고 때마다 '발주처인 공공기관이 부실공사 및 안전사고 위험에 손 놓고 있다'는 오해를 샀다.
실제 노량진 수몰사고의 경우 시공계획서와 달리 임의로 설치한 차수막이 터져 폭우로 불어난 물이 들이닥치면서 피해가 컸고, 방화대교 접속도로 붕괴 역시 설계도면 상의 오차로 인해 접속도로가 구조물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됐다. 결국 시공계획서를 감리단과 서울시인 발주처가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시는 시공사가 작성한 시공계획서를 감리단이 검토하고 승인하는 과정에서 소홀한 부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공무원으로 하여금 감리단에 대한 지도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책임감리제가 공무원의 비전문성과 부정부패가 부실공사로 이어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을 고려하면, 이번 대책은 '공무원의 비전문성을 보완하려 만든 감리제도를 공무원이 다시 관리'하는 게 돼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시 관계자는 "책임감리제를 전면개편 하기 위해선 중앙정부의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며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자문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현장을 책임지는 감리원에게 안전사고가 우려되면 '공사 중지권'을 적극 행사하도록 권한도 부여했다.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사업부서-하도급업체' 4단계로 된 재난상황 전파 단계는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현장'으로 단축된다.
공사 대부분을 저가로 하도급업체에 넘기는 관행에도 제동이 걸린다. 노량진 배수 공사 당시 원도급업체가 3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78%에 달하는 공사가 하도급에서 실시 됐다. 원도급업체가 직접 시공하지 않고 공사의 대부분을 저가로 하도급에 맡기는 관행이 늘고 있어 품질저하 및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커졌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현행 50억원 미만 공사는 원도급 의무비율이 금액에 따라 10∼50% 이상이지만 앞으로는 50% 이상으로 일괄 적용된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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