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영화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 저와 배우와 스태프 앞으로 편지를 보내 '일본 문화와 영혼이 담긴 영화'라고 평가했다."(이상일 감독)
일본영화 '용서 받지 못한 자'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재일동포 3세 이상일 감독과 일본 출신의 세계적 명우 와타나베 켄, 야기라 유야가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한 문화공간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감독은 '69 식스티 라인'과 '훌라 걸스' '악인' 등으로 일본 평단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와타나베는 '라스트 사무라이'와 '배트맨 비긴즈' '인셉션' 등으로 한국에도 유명하다. 야기라는 15세였던 2004년 '아무도 모른다'로 칸국제영화제 최우수남자배우상을 수상한 일본영화의 젊은 별이다. 와타나베는 "부산은 장모님 고향이고 아내(배우 미나미 카호)가 2년에 한번 성묘를 오는 곳이라 무척 오고 싶었는데 이제야 첫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야기라는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 등 한국영화를 무척 좋아하기에 부산영화제 초청은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용서 받지 못한 자'는 할리우드 배우 겸 영화감독인 이스트우드가 1992년 연출과 주연을 겸한 동명원작 영화의 배경을 일본 메이지 시대 초입으로 옮겨 새롭게 만든 작품이다. 농부가 된 퇴물 사무라이 주베이(와타나베)가 돈을 위해 한 불한당을 살해한 뒤 이어지는 폭력의 악순환을 그리고 있다. 이 감독은 "메이지 유신 당시 근대화 과정에서 가치관의 엄청난 변화를 겪던 사람들을 통해 이분법으로 접근할 수 없는 선과 악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부극과 시대극은 동전의 양면처럼 궁합이 잘 맞기에 리메이크를 결심했다. 이스트우드가 'OK'라는 단 한마디로 승낙해줬다"고 소개했다.
와타나베는 "평소 내가 존경하는 선배 배우들이 '이 감독과 꼭 일해 봐라' '아주 재능 있는 감독'이라는 말을 해 이 영화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감독은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인데 혹독한 촬영과정을 거치며 미소에 속아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며 크게 웃었다. 야기라는 "일본의 여느 젊은 배우와 마찬가지로 이 감독과 일하고 싶어 오디션을 봤고 내 연기 인생에 큰 의미를 띤 작품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역배우를 하며 쓸데없이 너무 빨리 애어른이 됐다"며 "다음 생에도 배우를 한다면 스무 살 넘어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해 아역배우 시절의 고충을 피력하기도 했다.
부산=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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