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주도권을 쥐겠다고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거센 내부 반발에 직면했다. 쌀, 보리, 쇠고기 등의 분야까지 양보할 뜻을 비쳐 농민과 국회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교도통신은 12개국이 참가하는 TPP 협상의 차기 수석교섭관 회의를 내달 일본에서 개최하는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이 회의는 당초 미국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으로 개최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일본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일본은 APEC 회의에서 별도로 열린 TPP 정상회의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불참, 미국의 협상 추진력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TPP 관련 회의를 유치하면 영향력을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금껏 성역으로 규정, 완전한 관세 철폐에 반대했던 쌀ㆍ보리, 사탕, 유제품, 쇠고기ㆍ돼지고기, 설탕ㆍ전분 등 주요 5개 품목을 협상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일본의 TPP 협상 참가에 불만을 갖고 있는 회원국을 달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농민과 자민당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민당은 7월 참의원 선거 종합정책집인 'J파일 2013'에 '주요 5개 품목에서 성역을 확보하지 못하면 (TPP) 탈퇴도 불사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자민당은 이 약속을 뒤집는 것은 공약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야마다 토시오 자민당 의원 등 TPP 반대파 의원들은 15일 'TPP협상에서 국익을 지키는 모임' 회의를 열고 정부에 주요 5개 품목 관세 유지를 촉구할 방침이다.
TPP의 연내 타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요미우리 신문은 "베트남이 관세 철폐를 20년 유예하자고 주장하는 등 각국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적재산권에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연내 타결은 선언에 그칠 공산이 크다.
TPP는 미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칠레, 페루 등 아태 12개국이 진행하고 있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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