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메이저대회 우승컵이 없는 '역대 최고의 선수'는 누구일까. 부조합이다. 역대 최고의 선수라면 당연히 메이저 챔피언에 올라야 마땅하다는 점에서 '지독한' 아이러니다. 만년 우승후보로만 거론된 억세게 재수없는 선수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니스계에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 중의 하나다. 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지난 3일 인터넷 판에서 이 같은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SI는 남자 선수 10명을 꼽았다.
다비드 날반디안(아르헨티나)
남자프로테니스(ATP) 타이틀 11개. 최고랭킹 3위까지 오른 날반디안은 2002년 윔블던 결승을 비롯해 메이저 대회 4강에만 4차례 올랐다. 8강은 5차례. 최근 전격 은퇴를 선언한 날반디안은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라파엘 나달(스페인)을 같은 대회에서 물리친 경험이 있는 손에 꼽히는 플레이어다. 그는 2007년 마드리드와 파리 마스터스 대회에서 페더러와 나달을 잇달아 꺾고 정상에 올랐다. 날반디안이 남긴 최고의 경기는 2005년 마스터스컵(현재 월드투어 파이널) 우승이다. 당시 그는 페더러와 맞붙어 1,2세트를 내줬으나 내리 3세트를 따내 우승컵을 안았다. 날반디안은 또 2003년 호주오픈과 US오픈 16강전에서 페더러를 침몰시킨 적이 있다. 페더러와의 최종전적은 8승11패다.
토드 마틴(미국)
랭킹 4위, 8개의 ATP타이틀을 따낸 마틴은 2차례 메이저 결승에 진출했다. 4강은 4차례다. 하지만 타고난 시대가 '불운'했다. 피트 샘프러스와 앤드리 애거시(이상 미국), 양웅(兩雄)이 코트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쓰라린 패배는 1999년 US오픈 결승이다. 마틴은 애거시를 상대로 1,2세트를 따냈지만 역전패했다.
기에르모 코리아(아르헨티나)
랭킹 3위에 9개의 타이틀을 수집했지만 2004년 프랑스오픈 결승 진출이 메이저 최고성적이다. 코리아는 결승에서 가스통 가우디오(아르헨티나)에게 세트스코어 2-0(6-0 6-3)으로 앞섰지만 남은 3세트를 4-6, 1-6, 6-8로 내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가우디오는 당시 랭킹(44위)이 낮아 시드 배정도 받지 못했지만 우승컵을 가져갔다.
마르셀로 리오스(칠레)
1998년 랭킹 1위에 올랐다. 챔피언트로피도 18개를 품에 안았지만 1998년 호주오픈 결승에서 페트르 코르다(체코)에 0-3으로 무너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랭킹 1위로서 메이저 우승컵이 없는 유일한 선수로 오명(?)을 남겼다. 리오스는 이후 준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잦은 부상에 시달린 리오스는 2004년 28세의 젊은 나이로 서둘러 코트를 떠났다.
밀로슬로브 메시(슬로바키아)
88서울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다. 메시는 11개의 투어 타이틀을 안았고 랭킹은 4위까지 진출했다. 메이저 전적은 준우승 2번, 4강행이 4번이다. 1986년 US오픈에서 메시는 랭킹2, 3위 매츠 빌란더(스웨덴)와 보리스 베커(독일)를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랐지만 이반 렌들(미국)에게 0-3으로 완패했다. 렌들과는 89년 호주오픈 결승에서 다시 만나 역시 0-3으로 졌다.
이밖에'영국의 희망'으로 불린 팀 헨만과 현역 선수 중에는 유일하게 니콜라이 다비덴코(러시아)가 '아이러니 명단'에 합류했다. 헨만은 메이저 결승 행은 한번도 없었고 4강권에만 6차례 진출했다. 이중 윔블던에서만 4차례다.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2001년 윔블던이다. 8강에서 당시 19세의 페더러를 꺾은 헨만은 준결승에서 와일드카드를 받고 본선에 이름을 올린 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에게 2-3으로 무너졌다.
ATP우승컵 21개를 따낸 다비덴코는 4차례 4강행이 최고 성적이다. 하지만 그는 2009년 연말 왕중왕 대회인 월드투어 파이널 우승컵을 따냈다. 특히 현역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나달과의 전적에서 6승5패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비덴코의 올 시즌 전적은 22승22패다.
역대 랭킹 2위, 17개의 트로피를 따낸 알렉스 코레차(스페인)와 스커드 미사일 서브로 한시대를 풍미한 마크 필리포시스(호주), 1988년 프랑스오픈 준우승자 앙리 르꽁뜨(프랑스)가 뒤를 이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