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시행되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증여세)에 1,900억원의 세금이 자진신고 됐다. 정부가 예상했던 1,000억 원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하지만 대기업 오너 일가의 부당지원에 과세한다는 취지와 달리 전체 신고자 가운데 중견 중소기업 비중이 98.5%에 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세청은 8일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첫 정기신고 결과 신고대상자 1만658명의 96.9%인 1만324명이 증여세 1,859억원을 자진 신고했다고 밝혔다. 1인당 납부세액은 평균 1,800만원 수준이다. 이는 2011년 기획재정부가 세법 개정을 통해 제도를 도입하면서 예상했던 1,000억원의 추가 세수 전망을 초과하는 결과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2세에게 재산을 편법 증여하는 것을 막고 관련 중소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2011년 말 처음 도입됐다. 과세 대상은 계열사 내부거래 비율이 30%를 초과하고,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이익을 얻은 수혜법인의 보유 주식 비율이 직간접적으로 3%를 초과하는 지배주주와 그 친족들이다.
올해 증여세를 신고·납부한 1만 명 중 자산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 주주는 1.5%인 154명이다. 이들은 전체 납부 세액의 절반가량(43%)인 800억원을 냈다.
대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98.5%는 중견 중소기업의 주주였다. 매출 1,000억원 이상의 일반법인 주주는 전체 신고자의 22.6%인 2,332명이 776억원(전체 납부세액의 42%)을, 매출 1,0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법인의 주주는 전체 신고자의 75.9%인 7,838명이 282억원(15%)의 세액을 각각 신고·납부했다.
첫 과세에서 예상보다 중소기업의 신고가 많자 원래 취지가 왜곡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성명을 내고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과세 대상에서 중소·중견기업을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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