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순찰중인 경찰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 가스폭발 사고는 판매업소 직원이 가스용량을 속여 더 많은 이득을 얻기 위한 불법충전 과정에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불법 충전은 다른 지역에서도 은밀히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가스폭발사고를 수사중인 대구 남부경찰서는 8일 이번 폭발사고는 판매업소 종업원이 50㎏짜리 대용량 가스통에서 20㎏짜리로 불법으로 나눠 담는 과정에서 새 나온 가스가 실내에 차 있다가 전기스파크로 추정되는 불티에 점화, 폭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폭발 당시 화상을 입고 입원 중인 종업원 구모(29)씨에 대해 치료를 마치는 대로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하는 한편 구씨가 속한 유공가스 판매업소 사장 이모(43)씨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조사 결과 구씨는 액체용과 기체용 2개의 밸브가 장착된 50㎏들이 ‘사이펀’용기로 충전소에서 가스를 구입한 뒤 자신의 판매사무실에서 20㎏들이 가스용기에 10~15㎏ 정도 나눠 담아 20㎏짜리로 속여 팔아왔다. 구씨는 불법충전을 할 때 20㎏ 용기의 내부 압력으로 가스가 충전되지 않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두 용기를 연결하는 호스 중간에 T자형 밸브 등으로 구성된 ‘측도관’을 연결, 대형용기 쪽 밸브를 잠그고 소형 쪽을 열어 충전해야 할 용기의 내부압력을 조절하는 방법을 써 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일을 ‘작업한다’는 은어를 사용하고 있다.
업자들도 이 작업의 위험성을 알고 있어 1통 충전 후 환기를 하고 다시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사고 당시 구씨는 사무실 문을 닫은 채 1시간30분 동안 4개를 연속으로 충전한 사실이 차량블랙박스 동영상을 통해 확인됐다.
LP가스는 허가 받은 가스충전소에서만 용기에 충전할 수 있고 판매업소에서도 별도의 공간에 보관하며 배달만 할 수 있지만 구씨는 이 같은 규정을 모두 어겼다.
이번 사고를 낸 가스판매업소는 충전소에서 1㎏에 1,400원에 구입, 2,000원에 판매해 원칙적으로는 20㎏들이 한 통에 1만2,000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불법충전으로 절반만 주입하면 2만원, 15㎏이면 1만원의 부당이득을 올릴 수 있어 일부 가스판매업자들이 이 같은 용량 속이기 불법충전 유혹에 빠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고를 낸 구씨는 지난달 자신이 일하던 가스판매업소 주인으로부터 배달 구역 일부를 넘겨 받는 조건으로 9,000만원이나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충전이 수사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진 못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관련 업계 관계자 진술 등으로 미뤄볼 때 상당수 판매업소가 이 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 권리를 지키고 대형 사고 예방을 위한 단속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당국에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구지역에는 가정용LP가스 용기 충전소가 8개, 가스판매업소는 311개가 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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